T철썩! 그러나 모기는 어느새 도망쳐버렸다. 인간이 만물의영장이라는 말은 아마도 인간의 자만심에 불과할 것이다. 모기를 보라. 얼마나 만물의 영장을 조롱하고 있는가. 만물의 영장이 제 손으로 제 따귀를 갈기는 모습을 보며 귓전에서 깔깔깔 웃는 소리. - P63

갑자기 빗소리가 쏴아 하고 기세를 높이고 있었다. 불현듯비애감이 서려왔다. 나는 아랫입술을 아프게 깨물었다. 또 어떻게 이 기나긴 밤과 싸워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라디오 한 대조차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 나를 참담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닥치는 대로 팔아치워버렸었다. 라디오 한 대가 라면 열 개로 바뀌어진 지는 이미 오래전이었다. 하여튼 요즘의 내 생활이란 한마디로 곡예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 P63

"여기서 너하고 하룻밤 술을 마시고 나면 나는 최소한 한달을 춥고 배고파야 한다. 사흘이라도 굶어본 적이 있어? 사흘을 굶으면 우리 동네에서 제일 먼저 밥을 짓는 집의 밥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 밥냄새는 사람을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
지. 또 골목에 나가 보면 전봇대가 모두 떡볶이로 보인다. 정말이야"
그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나는 가슴이 아팠었다. 그래서 그말을 들은 날 딱 하룻밤만 그 남자와 여관방으로 가주었었다.
배고픔이라는 것이 전봇대를 떡볶이로 보이게 할 정도로 눈물겨운 것임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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