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강조하지만, 수동태 문장은 될수록 능동태 문장으로 바꾼다는것이 자연스러운 한국어 번역문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주어를 잘 안 써준다는 면에서 비슷한 면이 많지만바로 이런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어는 주어는 안 쓰더라도문장은 될수록 능동문으로 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역동적이고 힘찹니다. 일본어는 될수록 수동문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일본어 같으면 수동태가 자연스러운 "先生KLSE" 같은 문장도 한국어는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았습니다." 또는 "선생님한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라고 능동문으로 나타내줍니다. - P93

한국어는 동사의 비중이 영어보다도 더 큽니다. 한국어는 영어와는달리 주어의 비중이 아주 작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는 감탄문과명령문을 제외하고는 문장 안에 주어가 꼭 있어야 하지만 한국어는 주어에 별로 기대지 않는 언어입니다. - P100

한국어와 달리 영어에 수동태가 많은 이유는 영어에 타동사가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타동사가 발달했다는 것은 어떤 행위나 작용의주체를 따지는 데 민감하다는 뜻입니다.  - P101


고립되다‘. 고립하다‘처럼 자동사이면서 ‘되다‘ 꼴과 ‘하다‘ 꼴이 모두 가능한 말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동사에는 되다‘를 못 쓰는것이 원칙입니다. ‘되다‘는 타동사를 자동사로 써줄 때 필요하니까.
원래 자동사인 동사에는 덧붙일 수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자동사인감소하다‘를 ‘수출이 크게 감소되었다."라고 써주는 사람이 작가와 기자 중에도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타동사에는 자동사를 타동사로 만드는 ‘-시키다‘를 못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배제하다‘, ‘노출하다‘는 모두 타동사입니다. 따라서 ‘학생을 배제시킨 교육‘이나 ‘햇볕에 맨살을노출시켰다." 같은 표현은 과잉입니다. ‘학생을 배제한 교육‘이나 ‘햇볕에 맨살을 노출했다."라고만 해도 됩니다.
- P106

한국의 작가와 독자는 "게 하다‘라는 사역 표현에 무척 익숙합니다.
번역서에서 워낙 그런 문장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인 예가옛날에 국어 교과서에 실려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던 독일 작가 안톤슈나크의 수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입니다.
제목부터 그렇지만 이 수필에는 "게 하다‘는 사역의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첫 문장이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로 시작되는 이 아름다운 수필에는 ‘슬프게 한다‘라는 표현이 그다음에도 여러 번 나옵니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문장 하나만 놓고 보면 "우는 아이를 보면 슬퍼진다." 라고 간결하게 옮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P108

가령 이렇게 해주면 어떨까요. "이것을 보면 항상 나는 창 앞에 한 그루의 늙은 나무가 선 내 고향이 생각난다." 원문에 충실한 번역에서는주어가 사물인 ‘이것‘이지만 한국어에 충실한 번역에서는 주어가 사람인 ‘나‘로 바뀝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 ‘나‘를 지워야 더 자연스러운 한국어가 되기도 합니다. 사물이 주어로 오는 영어 타동사문장을 사람이 주어로 오는 자동사문장으로 바꾼다. 이것이 좋은 한국어 문장을 만드는 비결의 하나입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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