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심리치료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좁은 방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비롯해 상당한 절제력이 필요하다. 둘 다 지적인질문을 던지고 감정적인 진실을 이끌어내야 하며 복잡한 문제를풀어내야 한다. 이 작업은 대개 모호하고 성공하기 어렵다. 지혜로운 심리치료사는 내담자가 더 명확하게 생각하고 더 깊이 느끼며.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혜로운 작가도 자주 그런 역할을 원한다.
- P123

그러나 작가와 심리치료사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심리치료사는 물리적으로 내담자와 같은 공간에 있다. 내담자의 눈을바라보고, 얼굴과 몸의 움직임, 호흡을 관찰한다. 내담자도 자신의심리치료사를 주의 깊게 살핀다. 즉, 둘이서 모든 과정을 함께 이끌어나간다. 반면 작가는 독자를 직접 마주하지 않는다. 대신 쓰고 있는 페이지에 집중하고 자신의 생각과 대면한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내적인 과정에 몰두한다. 

《어깨 너머의 독자The Reader Over Your Shoulder》에서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Graves는작가들에게 독자에 대한 관심은 조금만 남겨두고 창의적인 과정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훌륭한 조언이다. 독자에 대해 지나치게많이 생각하면 남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작가는 어떤 식의 검열도없이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이따금 어깨 너머를 흘긋거릴 필요는 있다.
- P127

심리치료사는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지만 작가는자신의 목소리가 되도록 많은 독자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 그러나실제로는 작가 역시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옳다. 모든 독자는 우리가 내는 목소리에 각자 자신만의 반응을 보인다. 때로 독자는 우리 글을 읽지 않은 가까운 친구보다 우리를더 잘 알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 생각과 느낌, 감성, 미적 감각에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우리는 관계를 맺는다. - P128

세상을 잇는 글을 쓰는 우리 작가는 이분법을 피해야 한다. 흑백논리로는 다른 사람의 흑백논리를 깰 수 없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사고방식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에는 빈칸이 너무나 많다. 사업의 성공과 경제적 정의가 반드시 배치되지는 않는다.
여성의 권리 주장은 반가족주의적이지 않다. 이것과 저것을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는 모든 걸 연결할 뿐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어놓는다. 윈스턴 처칠은 ‘광신자‘를 ‘자신의 마음을 바꾸지 않고, 사안을 바꿀 수도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것, 바로 광신자가 되기를원치 않는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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