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이 엄마 같았으면 속 터졌겠지?"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지하게 갸웃거린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행동 폭이 좁으니 어디 가서 사고 날까걱정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이것저것 넘보지 않고 한 가지 재주에 목매는 장점도 있다. 덕분에 외국어 좋아하고 글쓰기 즐기는 유일한 재주를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인 양 꼭 붙잡고 놓지 않아서 30년째번역을 하고 있지 않은가. - P8
예전에는 ‘오늘은 열심히 일해야지‘ 하는 다짐 같은 것하지 않았다. 그런 다짐 하지 않아도 과로사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러나 그때보다 이렇게 농땡이 부리며 설렁설렁 사는 지금의 내가 좋다. 죽기 전까지 일을 하고 싶지만, 일만 하다 죽고 싶진 않다. 그렇게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본 뒤로, 적게 벌고 적게 쓰더라도 숨 좀 돌리고 여유 좀 갖고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 P19
어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쓰는지, 어떤 출판사에서 어떤 일본 번역물을 내는지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불빛 한 가닥없는 탄광에서 삽질하는 것처럼 막연하고 막막한 행위였다. 출판사의 연락처를 적어 와서 메일을(PC통신으로) 보내거나 전화를 걸곤 했다. 일 좀 주십시오, 하고. 노력은 대단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일은 들어오지 않았으니. 하지만 해봤자 안 될 거라고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보다 낫다는 것은 지금의 나로 증명할 수 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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