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수록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쥐게 된답보다 늘어난 질문이 많다. 세상 많은 고통은 사실무수한 질문에서 비롯된다는 걸, 그 당연한 사실을글 쓰는 주제에 이제야 깨달아간다. 나는 요즘 당연한 것들에 잘 놀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려 한다. - P124
그러니 만일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제게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네가 있는 공간을,그리고 네 앞에 있는 사람을 잘 봐두라고. 조금 더오래 보고, 조금 더 자세히 봐두라고. 그 풍경은 앞으로 다시 못 볼 풍경이고, 곧 사라질 모습이니 눈과마음에 잘 담아두라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을 만난대도 복원할 수 없는 당대의 공기와 감촉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 P133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을 땐 시간이든다. 하지만 그 시간은 흘러가거나 사라질 뿐 아니라 불어나기도 한다. 위에 김숙년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독서 중에는 시간끼리 접붙어 현재의 크기가 늘어나는 일이 적지 않다. 김연수 선배는 그렇게 생긴 공간의 너비를 나무 안듯 팔로 재어 그 ‘폭‘을 우리에게 넘긴다. 문장 가까이서 볼 부비고 껴안는 대신 몸으로 잰 ‘품‘을 건넨다. -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