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데..."
외삼촌은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렇지 않아. 인생이란 가끔 멈춰 서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이러고 있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의 짧은 휴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닻을 내린 것 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 P50

우리는 그렇게 한바탕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접점이 전혀 없는 것처럼 생각됐던 사람과 불현듯 한 가지일로 맺어지는 기쁨. 그건 설령 상대가 외삼촌 같은 사람이라할지라도, 아니, 외삼촌 같은 사람이니까 더욱 가슴 뛰는 일이었다. - P56


책을 통해 이런 멋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전까지는전혀 알지 못했다. 왠지 지금까지의 인생을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조차 들었다. 나는 더 이상 게으르게 자고 또 자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잠 속으로 도망쳐 들어가는 대신 외삼촌과 가게를 번갈아 보면서 내 방에서든 카페에서든 책을 읽었다. - P57

고요하게 시간이 흐르는 작은 공간에 거처할 수 있게 된 것이 내 인생에서 무척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게 됐다. 덕분에작가들에 대해서도 꽤 많이 알게 됐고 어느새 단골고객들하고도 친숙해졌다. - P58

나는 그때 결심했단다. 이제 나도 나 혼자만의 좁은 틀 안에박혀 사는 생활은 그만두자,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자, 그래서 내가 있을 장소, 내가 거기에 있어도 좋다고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장소를 찾자, 하고. 여행을 떠난것도, 책을 마구 읽어댄 것도 그때부터였어. 그러니까 요컨대다카코와의 만남은 나에게는 일종의 계시 같았다는 이야기야." - P77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자신의 마음에 거리끼는 게 없다면 그곳이 바로 자신이 있을 장소야. 그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내 인생의 전반부가 지나갔어. 그리고 나는 이제 가장 마음에 드는 항구로돌아와 거기에 닻을 내리기로 결정한 거야. 나에게 이곳은 신성한 곳이고 가장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야" - P79

"누굴 사랑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때 마음껏 좋아해야 해. 설령 거기서부터 슬픔이 생겨나더라도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따위의 쓸쓸한 짓은 하면 안 돼.
나는 네가 이번 일로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을까 봐 무척 걱정이야. 사랑하는 건 멋진 일이란다. 그걸부디 잊지 말아라. 누군가를 사랑한 추억은 마음속에서 결코사라지지 않아. 언제까지나 기억속에 남아서 마음을 따뜻하게데워준단다. 나처럼 나이를 먹으면 그걸 알 수 있어."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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