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신뢰 -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현대지성 클래식 36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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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관련 책을 읽다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버락 오바마, 니체, 간디,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준 책이라 한다. <자기 신뢰>, <운명>, <개혁하는 인간> 세 편의 에세이가 들어있다. 이 에세이에 원래는 소제목이 없었으나 가독성과 독자의 편의를 위해 옮긴이가 임의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목사 시절에 에머슨은 형식적인 종교의식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찾아야 했는데 그 결과로 나온 에세이가 바로 <자기 신뢰>였다. 에머슨의 고뇌와 사유가 들어있는 이 글은 여러 에세이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기 신뢰>는 내가 그동안 읽어온 마음 관련 책에서 접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읽었는데 나머지 두 편은 번역체 문장들이 매끄럽지 않아서 자꾸만 겉돌았다. 에머슨이 활동하던 시기는 마차를 타던 시절이라 시대적 배경을 모르면 읽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주석이나 뒷부분에 역자가 쓴 해제에 자세히 나와 있으므로 해제 부분을 먼저 읽고 나서 본문 내용을 읽는 것이 오히려 이해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자기 신뢰>에서는 공감할 만한 문장이 많았다.

 


사회는 자기 신뢰를 혐오한다

 



사회는 일종의 주식회사다. 구성원들은 주주에게 빵을 더 확보해주려고 빵 먹는 사람의 자유와 문화를 포기하기로 합의한다. 거기서 가장 요구되는 미덕은 순응이다. 그러므로 주식회사는 자기 신뢰를 혐오한다. 사회는 실제나 창조성보다 명목과 관습을 더 좋아한다.’(p(19)

 



현대의 조직화된 사회는 서열이 정해져 있다. 당연히 순종하기를 원한다. 자기주장을 내세우면 눈밖에 나기 쉽다. 순응하고 안주하며 살다 보면 주어진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다. 다행히 요즘은 워라벨을 반기는 분위기라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마음은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 속에서 허탈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다.

 



장미에게는 시간이 없다. 단지 장미가 있을 뿐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매 순간 완벽하다. 잎눈이 트기 전에 그 온 생명이 약동한다. 꽃이 활짝 피었다고 해서 그 활동이 더 많아지는 것도 아니고, 잎 없는 뿌리 상태라고 해서 활동이 더 적어지는 것도 아니다. 장미의 자연(본성)은 충족되어 있고, 동시에 모든 순간마다 자연을 충족시킨다.

 


이에 비해 인간은 뒤로 미루거나 기억한다. 그는 현재에 살지 않는다. 뒤로 눈을 돌려 과거를 한탄하거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풍요로움을 의식하지 못한 채 발끝으로 서서 미래를 내다보려 한다. 장미처럼 시간을 초월하여 자연(본성)과 함께 현재에 살지 않는다면, 그는 결코 행복하거나 강인해질 수 없다.’(P38~39)

 



장미꽃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삶에 대조시킨 것이 절묘한 통찰이라 생각되었다. 꽃은 자연은 그저 그 모습으로 드러낼 뿐이다. 과거나 미래 같은 시간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마음속 과거나 미래 속에서 헤매기 일쑤다. 이름 없는 풀들, 꽃들, 나무들을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운명>



온 자연을 관통하여 흐르는 이 원소를 우리는 흔히 운명이라고 부르는데, 우리에게는 제약(制約)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제약이 어떤 것이든 간에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만약 우리가 짐승 같고 야만적이라면, 운명 또한 짐승 같고 무시무시한 형태를 취한다. 우리가 세련될수록 운명의 제약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만약 우리가 정신적 문화로 상승한다면, 우리 적(운명)도 정신적 형태를 취한다.’(P83)

 


에세이 <운명>에서는 에머슨은 힌두 우화 등 그리스 신화를 언급하며 운명의 고리에 대해 얘기한다. 물질, 마음, 도덕 속에 들어있는 운명을 살펴보고 인종, 지층의 더딘 퇴적, 생각과 특성 등에 나타난 운명을 검토한다. 그러면서 운명이 부과하는 제약은 인간의 통찰력으로는 꿰뚫어 볼 수 없으며, 운명이 최종적으로 가장 높이 상승할 때 인간의 통찰과 의지의 자유는 운명의 온순한 구성원이 될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본능적이고 영웅적인 종족이란 운명을 선선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고, 운명과 공모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허약하고 게으른 자들은 운명에 모든 책임을 돌린다면서 운명이 아닌 다른 길을 보는 것이 인간에게는 더 유익하고 실용적이라고 했다. 운명을 적절히 활용하려면 우리 행동을 자연의 고상함 쪽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기 주권을 보여주고 목적의식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운명의 힘이 압도적이고 인간 또한 운명의 한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은 운명을 운명으로 맞설 수 있다고 설파한다.

 



<개혁하는 인간>기계공 도제들의 도서관 모임에서 행한 연설내용을 싣고 있다. 연설 내용으로써는 상당히 긴 내용인데 하나의 연설 내용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옮긴이가 붙였다는 소제목이 있는 글이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다. 구제도의 오랜 악습인 노예폐지론을 언급하기도 하고, 이 시대의 모든 구성원이 신체 노동 사상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체 노동의 신성한 혜택을 통해서 더 높은 성취감을 느끼고 시와 철학을 세심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정신적 능력을 개발하여 이 거친 세상을 맞상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무리에서는 사랑에 대해 언급한다. ‘사랑은 모든 해악에 대한 치료제이며, 자연의 만병통치약이라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의 역사는 이기심의 역사였고 우리의 불신은 값비싼 대가를 치렀고 그 결과 도둑, 강도, 방화범을 만들어내고 법정과 감옥으로 그런 상태로 묶어 두었다고 말한다. 또 기독교 세계에서도 사랑의 감정을 널리 퍼뜨리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결국, 이 세 편의 에세이는 다른 것 같지만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다. 영혼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운명의 이치를 깨닫고 나아가서 물질주의에 갇혀 있는 정신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에머슨의 사상이나 활동하던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이신론, 유니테리언, 초월주의 등 제자인 소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자세한 <해제>가 들어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시대는 달라지고 더욱 복잡해졌다. 조직 속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신념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되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명사들이 곁에 두고 읽는다는 이 책이 아직도 스테디셀러인 이유가 되겠다.

 

 



자기 영혼으로 우뚝 서려면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왜 자기 신뢰를 언급하는가? 자기 영혼이 여기 우뚝 서 있는 한, 말로 하는 힘이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에 대하여 말만 하는 것은 신뢰를 피상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보다는 실제로 존재하고 지금 여기서 활동하며 작용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것을 말하도록 하라. 이 힘에 나보다 더 많이 복종하는 이가 나를 지배한다. 비록 그분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더라도 말이다.’(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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