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는 까딱하다가는 이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것만 같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두기는 싫었다. 한번 맡은 이상 그럴 수는없었다. 그러니 밍곳 집안의 법적 입장을 대변하는 이 융통성 없는 노인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대표님께 보고드린 다음에 결정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올렌스카부인의 입장을 들어보고 나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레터블레어 씨는 뉴욕의 전통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이라 할 만한지나칠 정도의 신중함을 지닌 이 청년이 마음에 들어서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처는 시계를 흘깃 보더니 약속이 있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 P116

아처는 올렌스카 백작부인이 생활하고, 고통받고-아마도 오요한기쁨들을 맛본 사회를 상상해보다가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그녀가 할머니 밍곳 부인과 웰런드가 사람들이 ‘글쟁이들‘이 사는 ‘보헤미안 구역에 살지 말라고 하더라는 말을 전할 때 속으로 얼마나 가소로워했을까 싶었다. 밍곳 집안이 싫어한 것은 그 동네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가난하기 때문이었는데, 부인은 그 저의를 모르고 가족들이 문학을 저급하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고, 그 집 (일반적으로 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으로 간주되는) 응접실 여기저기 놓인 책들은 주로 소설이긴 했으나 폴 부르제, 위스마스 공쿠르형제 같은 시로운 이름들이 아처의 흥미를 돋우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의 집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아처는 그녀가 기묘한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체계를 뒤집어놓고 있으며, 지금 그녀가 처한 곤경을 해결하려면 이제껏그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의식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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