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어떤 관계에 판돈을 걸었는데, 그관계가 실패한다. 다음 관계로 넘어갔는데 역시 실패한다. 그러면 아마도 단순히 두 번 잃은 게 아니라 걸었던것의 곱절을 잃었으리라. 아무튼 그렇다는 느낌이 든다.
삶은 단순히 더하기 빼기가 아니다. 누적이기도 하다. 곱절로 상실하고, 곱절로 실패한다." - P173

제이콥이 아팠던 와중에, 내 머릿속에서 뛰놀기 시작한 건 평범한 가족이었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계시는 일상에 있다는 걸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점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댈러웨이 부인은 그저 자기 일을 보러 나가는 여성이다. 클러리서 댈러웨이를 비범하게 만드는 건 그녀 내면의 삶이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도 이를 알고 있었다. 에마 보바리와 샤를보바리는 곤경에 처한 평범한 사람이다. 포크너는 "자신과 충돌하는 인간 내면의 문제만이 좋은 글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 P175

저걸 보라고 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가리키고, 빛을 밝히는 것. 하지만 우리의 주목을 요하는 건 이미 밝게 빛나며 손짓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목격하기 위해, 감성 - 존 버거 (John Berger)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는 법" (ways of seeing) - 을 발전시킨다. 나긋나긋한 희망과 꿈, 기쁨, 취약함, 슬픔, 두려움, 갈 - P176

망, 욕망을 인간은 저마다 하나의 풍경이다. 감정을 이입해 상상하면 편의점 금전등록기 앞에서 일하는 여자를, 트럭 휴게소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자를,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비행기 복도를 오가는 어머니를 흘긋 볼 수 있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안다. 저걸 봐. 인간의 위기를 누적된 평범한 축복을, 혹은 견딜 수 없는 상실을 그리고여전한 한 줄기 햇살을, 빨래하는 여자를, 도살된 소를.
우리를 붙드는 삶을. 우리가 아는 삶을.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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