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쁨, 슬픔, 고통, 모두어느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면 파멸해버리고 말죠. 이건 사람이 약하다. 강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느 한계까지 견딜 수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 P82
빌헬름, 불행히도 활동적이었던 나는 지금 나태해졌다네. 무작정 빈둥거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닐세. 상상력도 사라지고 자연에 대한 감정도 메마른 지 오래라네. 그리고 책이라면 이제 아주 진저리가나 스스로를 잃어 간다는 것은 모든 걸 상실하는 것이겠지. 자네에게 맹세컨대, 가끔 나는 날품팔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생각하네. 그렇게 되서 아침에 눈을 뜬다면 오직 그날 히대한 기대나 희망, 열망이라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 P94
이 가련한 인간! 정말 바보가 따로 없구나! 왜 스스로를 속이려 하는가? 끝없이 미쳐 날뛰는 이 걱정은 도대체 무어란말인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로테를 향한 기도뿐이네. - P93
두 사람은 가로수 길을 따라 걸어갔고, 나는 그 자리에 선채로 달빛 속에 멀어져 가는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네. 그러고서 나는 땅바닥에 몸을 내던지고 실컷 울었다네. 그러다가다시 벌떡 일어나 테라스로 뛰어가 그 위로 올라갔네. 저 아래키 큰 보리수 그늘 밑으로 그녀의 흰옷이 은빛으로 반짝이며정원 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네. 나는 두 팔을 뻗어 보았어.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네. - P103
오늘 나는 그녀와 함께 앉아 있었네. 나는 그저 앉아 있었고, 그녀는 피아노를 연주했지. 여러 곡을, 그것도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담아 아주 표현력 넘치게 말일세! 전부를 말이야! 자네가 원하는 감정까지도 말일세! 그녀의 어린 여동생은 내 무릎에 앉아서 인형의 옷을 입혀 주고 있었네. 순간 내 눈에 눈물이 고여 버렸어. 그래서 고개를 약간 수그렸지. 그러자 그녀의결혼반지가 눈에 띄었고 눈물이 솟구치더군. - P175
다. 아아, 당신과 나는 대체 어떤 인연으로 맺어진 것일까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이 리본도 나와 함께 묻어 주길 바랍니다. 내 생일에 당신이 선물해 주었지요.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당신과 관련된것을 모았는지 모릅니다. 아아, 그때는 그 길이 이렇게 막다른 곳에 이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무 걱정하지마세요! 부탁입니다. 부디 진정하길 바랍니다! 총알은 이미 장전해 두었습니다. 지금 막 시계가 12시를 알리고 있습니다. 자,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로테! 로테! 잘있어요! 안녕!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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