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말대로 한다면 그 청년은 쓸모 있는 젊은이가 될거고, 나 역시 그 청년을 관리로 등용하도록 모든 영주에게 추천할 것이네. 다만 그의 사랑은 그걸로 끝이지. 그가 만약 예술가라면 그의 예술 역시 끝날 테지. 오, 나의 친구여! 천재성이홍수처럼 터져 나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드는 일이 어째서 이토록 드문지 아는가? 사랑하는 친구여, 그건 천재성의 강가 양쪽에 점잔 떠는 신사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네. 그들은 자기네여름 별장이며 튤립 화단, 채소밭이 망가질까 염려해서 제방을 쌓고 수로를 내서 닥쳐올 위험에 미리 대비하지. - P24
우리는 춤을 추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옮겼네. "춤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잘못이라 하더라도, 고백하건대춤보다 즐거운 것은 없어요. 걱정으로 가득할 때 음도 잘 맞지않는 제 피아노 앞에 앉아 서투른 솜씨로 대무곡(對舞曲)을 연주하고 나면 기분이 풀리곤 하거든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빠져 뚫어져라 쳐다보았네. 내 영혼은 그녀의 싱그러운 입술과 상기된 볼에 완전히 사로잡혔다네. 그녀의 멋진 언변에 넋이 나가그녀가 하는 말의 표현들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지. 뭐 자네는 나를 잘 아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걸세. - P37
우드란 커플과 더불어 우리 두 쌍만이 익숙하게 춤을 추었네. 내 평생 그렇게 신나게 춤춰본적이 없네. 그 순간 나는 사람이 아닌 듯했어. 더없이 사랑스러운 여인을 품에 안고 주변이안 보일 정도로 번개처럼 이곳저곳을 누비며춤추다니 말이야. 그리고 빌헬름, 솔직히 말해서 내가 사랑하고 늘 함께하고싶은 이 소녀가 나 이외의 다른 남자와 왈츠를 추는 일은 절대없게 하리라 굳게 맹세했다네. 설혹 내가 그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해도 말이지. 자네는 이런 나를 이해할 수 있겠지! - P40
나는 사람들이 서로를간섭하며 좋은 날들을 망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이지 괴롭다네. 그것도 인생의 한창 좋은 시절 모든 기쁨을 받아들여도모자랄 젊은 친구들이, 그 짧은 전성기를 다툼과 언쟁으로 허비해 버리다니. 나중에 그들이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을때는 이미 소중한 순간들을 보상받는 게 불가능해진 후라네. - P53
"결코 그렇지 않아요. 스스로와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죄악이듯 우울도 죄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죄악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물며 우리 각자가 누려야 할 기쁨까지빼앗는 상황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지 않겠습니까?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에 남들에게 티내지 않고 홀로 견디면서 주변의 평온함을 깨뜨리지 않을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게 누구인지 저도 알고 싶군요. 우울이란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불만은 어리석은 허영심에서 연유한 질투심과도 연결되어 있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지도 못하면서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못 견디는 것과 같은 거죠." ך - P56
나는 로테의 눈을 찾고 있었는데, 아아, 그녀의 시선은 다른 이들을 향하는 게 아닌가! 오로지 그 눈만을 찾는 나에게는, 나에게는, 우두커니 홀로 선 나에게는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네. 내마음은 몇 번이고 그녀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넸지만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어. 마차는 결국 떠났고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네. 떠나가는 마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로테의 머리 장식이 마차문 밖으로 보였네. 그때 그녀가 뒤를 돌아보더군. 혹시 나를 보려고 했던 걸까? 친구여, 이 불확실함속에서 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네. 유일한 위안이라면 그녀가날 뒤돌아본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네. 좋은 밤 되게 나야말로정말 어린애 같지 않은가! - P61
아아, 우연히 내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을 스치고 식탁 아래서 우리의 발이 닿기라도 하면 내 온몸의 혈관은 요동친다네! 마치 불에 데기라도 한 듯, 손발을 재빨리 움츠리지만 알수 없는 힘에 이끌려 또다시 나를 앞으로 잡아끈다네. 모든 감각들이 현기증을 느끼는 것 같다네. 오! 그런 작은 친근감의행위가 날 얼마나 괴롭히는지 그녀의 순수하고 천진한 영혼은알지 못한다네. 그녀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 손을 내 손 위에올려놓기도 하는데, 이야기에 열중하느라 내게 몸을 밀착하기도 해서 부드러운 그녀의 입김이 내 입술에 닿기라도 할 때면, 정말이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쓰러질 것 같다네. 빌헬름! 만약언젠가 내가 이 천국을, 이 신뢰를 얻게 되는 날이 온다면! 자네는 내 말뜻을 이해할 걸세. 아니, 내 마음은 그렇게 타락하지않았네. 의지가 약한 것뿐이네! 단지 의지가 약할 뿐이야! 하지만 이렇게 여린 것이 타락 아니겠는가? 그녀는 내게 성스러운 존재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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