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선 하나도 못 긋고 있어. 하지만 난 지금처럼 내가 위대한 화가라고 느낀 적이 없네. 내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계곡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높이 솟은 해가 울창한 숲 위를 맴도는데, 몇 가닥 빛줄기만이 그 안의 성스러운땅에 새어 들어. 그러면 난 졸졸 흐르는 시냇가의 무성한 풀밭에 몸을 던져 파묻히지. 그렇게 땅에 누우면 이름 모를 온갖풀들이 보여, 그 풀숲에서 무수히 많은 곤충과 날벌레들이 움직이고 윙윙대는 작은 세계를 보고 들을 때, 나는 우리 인간을 당신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신 신의 존재를 느끼네.  - P13

내가 있는 곳으로 내 책들을 보내준다고 했던가? 이보게 제발 그것들로 날 괴롭히지 말아 주게. 난 더 이상 그 누구의 안내도, 그 어떤 격려나 자극도 원하지 않네. 나의 가슴은 이미충분히 스스로 요동치고 있어. 오히려 내게 필요한 건 자장가인데 마침 지금 읽고 있는 호메로스의 시에 아주 만족한다네.
끓어오르는 혈기를 잠재우려고 나는 얼마나 자주 자장가를 불러야 했던가.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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