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할 거 없어."
그걸 말이라고 하나 사실 말이지 ‘두려워할 거 없다‘라는 말처럼 얄팍한 속임수도 없다. 하밀 할아버지는 두려움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군이며 두려움이 없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면서 자기의 오랜 경험을 믿으라고 했다. 하밀 할아버지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메카에까지 다녀왔다. - P112

나는 로자 아줌마가 살아 있는 한 아줌마를 버리지는 않을작정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닥쳐올 미래를 생각해두어야 했다.
나는 밤마다 미래를 꿈꾸곤 했다. 누군가와 바닷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꿈, 나를 기분좋게 하는 어떤 사람. 그렇다, 나는 가끔 로자 아줌마를 배신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죽고 싶어질 때머릿속으로만 그랬을 뿐이다. 나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희망이란 것에는 항상 대단한 힘이 있다. 로자 아줌마나 하밀 할아버지 같은 노인들에게조차도 그것은 큰 힘이 된다. 미칠 노릇이다. - P113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가 두려웠다. 그즈음 로자 아줌마는 보기에 딱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고 나는 조만간 그녀가 나를 혼자남겨두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계속 떠오르는 그 생각 때문에 겁이 나서 가끔씩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곤 했다. 어느정도냐면 상점에 가서 아무거나 큰 물건을 하나 훔쳐서 붙잡혀가고 싶었다. 아니면 어떤 큰 건물에 들어가서 기관총을 쏘며 마지막까지 저항을 해볼까. 하지만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갖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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