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 어린아이들에게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이 바로 감수성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엄마가 몸으로 벌어먹고 사는 여자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엄마를 만나기만 했더라면 무조건 사랑했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은다 아메데 씨처럼 좋은 포주가 되어엄마를 돌봐주었을 것이다. 로자 아줌마와 사는 것에도 꽤 만족하고 있었지만, 누군가 더 좋은 사람, 더 가까운 사람을 하나 더가질 수 있었더라도 마다하지는 않았을 텐데. 빌어먹을, 진짜 엄마를 돌보게 되더라도 로자 아줌마를 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 P47

로자 아줌마가 내 이름이 모하메드이고 내가 회교도라는 사실을 아는 걸 보면, 내게도 부모가 있고 아무데서나 굴러온 아이는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엄마가 어디에 있으며 왜 나를 보러 오지않는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그런 것을 물을 때마다 로자아줌마는 울음을 터뜨렸고 나더러 은혜를 모르는 녀석이라고 했다. 자기는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고 다른 사람만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그 얘기를 집어치우곤 했다.  - P47

은다 아메데 씨는 침대에 한쪽 발을 얹어놓고 입에는 굵은 시가를 물고 있었는데, 아무데나 담뱃재를 떨어대면서 편지에 쏠내용을 지껄여댔다. 그는 머지않아 나이지리아로 돌아가서 부와명예를 누리면서 살게 될 것이라고 쓰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그는 정말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 P63

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오른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 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부짖고 땅바닥에 뒹굴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 녀석이 다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아무도 마음속에 다리 따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 녀석이 조금은 밖으로 나가버린 기분이다. - P65

"
"모모야, 그곳은 내 유태인 둥지야.‘
"알았어요."
"이해하겠니?"
"아뇨.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런 일에 익숙해졌으니까."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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