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 누구에게 오는 송금이 끊겨도, 로자 아줌마는 그 아이를 당장 내쫓지는 않았다. 바나니아의 경우가 그랬다. 아버지가누군지 몰랐기 때문에 그애의 아버지를 비난할 수는 없었고, 그애 엄마가 육 개월에 한 번 정도로 조금씩 돈을 보내왔다. 로자아줌마는 바나니아에게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애는 천하태평이었다. 그애는 겨우 세 살이었고, 가진 거라곤 미소밖에 없었으니까. 로자 아줌마는 바나니아는 빈민구제소에 보낼 수 있었을지몰라도 그 아이의 미소만은 떠나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와아이의 미소를 떼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별수없이 둘 다 데리고 있을 수밖에. - P23

나는 개를 받아서 쓰다듬다가 냅다 도망쳐버렸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뛰어 달아나는 것이다. 그걸 못하면 살아가는 데 지장이많으니까. - P27

그녀는 내 부모가 나타나 소란이라도 피울까봐 그러는지 쉬페르를 얼른 차에 태우고 가버렸다. 내가 이말을 하면 안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오백 프랑을 접어서 하수구에 처넣어버렸다. 그러고는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두 주먹으로 눈물을닦으며 송아지처럼 울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로자 아줌마 집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돈 한푼 없는 늙고 병든아줌마와 함께 사는 우리는 언제 빈민구제소로 끌려가게 될지모르는 처지였다. 그러니 개에게도 안전하지 못했다 - P30

나는 지금 우리집에서는 찾을 수 없는 미래를 보장해주기 위해 쉬페르를 다른 곳에 줘버렸다고 했을 때 아이들이 몇 시간 동안 야단법석을 떨었다는 말을 하던 중이었다. 언제나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바나니아만 빼고, 바나니아 녀석은 아무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벌써 네 살이나 먹었는데도 매일 웃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 P33

"이 아이는 그 개를 무척이나 사랑했다구요. 잘 때도 품고 잘정도였어요. 그런데 그게 무슨 짓이에요? 개는 팔아버리고 판 돈은 버려버렸으니..... 얘는 다른 애들과 달라요, 선생님, 이 아이의 핏속에 무슨 광기 같은 게 흐르는 게 아닐까요?" - P35

"안심하세요, 로자 부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순간, 나는 울기 시작했다. 나 역시 아무 일도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공공연하게 그런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울 것 없다. 모하메드. 하지만 그래서 마음이 편해질 것 같으면 맘껏 울어도 좋아. 이 아이가 원래 잘 웁니까?"
"전혀요. 얘는 절대로 울지 않는 아이예요. 하지만 얼마나 날애먹이는지 몰라요. 내 속 썩는 건 하느님이나 아시지요.‘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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