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말하는 동안 그녀의 눈빛은 생기를 띠었다. 송장 같던 낯빛도 사라졌고 예전의 온화함이 감돌았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아,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나는 그녀를 두 팔로 안고 싶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오래 같이 머물렀다.
저녁이 되어 날이 쌀쌀해지자 하인은 그녀를 집 안으로옮겼다. 이제 그녀와 헤어져야만 했다. 나는 눈물로 목이 메었다.  - P52

향기가 새어 나왔을 것이라 추측되는 방의 작게 열린문틈으로 내부가 얼핏 보였는데, 그것만으로도 그 방에서 머무는 사람의 뛰어난 취향을 알 수 있었다. 이토록몰개성한 호텔에서 이 투숙객은 어떻게 그와 같은 순수한 예배당을 만들고, 섬세한 규방을 꾸미고, 향기로 가득한 상아탑을 빚을 수 있었을까?  - P58

나는 향수가 바닥에 몇 방울 남아 있는 병을 발견하고 얼른 그것을 집어 들었다. 미지의 여행자들이 알지못한 채 그것은 아직까지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나의 평범한 삶에서 그때까지 무미건조함만으로 가득했던 세계가 갑자기 진귀한 향을 내뿜은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다가올 사랑이 예고하는 혼란스러운 신호였다. 사랑은 장미와 샴페인을 한 아름 안은 채 고혹한 향기를 내뿜으며 매혹적인 모습으로 성큼 다가왔다. 사랑은 거대한 입김을 내뿜는 생각에도 스며들어 그것을 약화시키기는커녕 한층 풍요롭게 만들었다.  - P60

어느새 사랑은 떠나버렸고 그 자리에 남겨진 깨진 병에서 향기는 한층 순수하게 뿜어져나왔다. 그리고 그때의 희미한 방울 하나가 지금까지도내 삶을 감싸고 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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