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은 쓸쓸해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제법 도움이 된다.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서 태어난 탓인지 나는 비라는 녀석이 좋아서 미치겠다. 여름비, 겨울비, 봄비. 어느 계절에 내리는 비라도 저마다의 정취가 마치 포근한솜처럼 기분 좋게 머리를 에워싼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보통 때보다 두 배 정도 글이 잘 써진다. 아니, 뭔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 P31

도쿄 야나카 집은 넓은 마당에 울창한 나무, 긴 차양이 예스럽고 우아해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모든 방에햇빛이 곧바로 들이치지 않아서 눅눅하다. 완전히 개방되어 있던 오다와라 집과는 너무나 다르다. 아이가 걷기만 해도 흔들릴 만큼 지진으로 반쯤 무너졌을지언정 저쪽 집은 계절마다 바람과 빛을 더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마치 초목이나 곤충의세계에 셋방살이라도 하듯 자연을 마음껏 즐겼다. 서재도 거실이었다가 침실이었다가 때론 객실이었다가 식당이었다가 심지어 아이 놀이방이나 공장 비슷한 공간이 되는 어수선한 가운데 기분 좋은 통일감이 있었다.  - P35

글을 쓸 수 없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병이 날 지경이다.


-기타하라 하쿠슈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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