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필이든 열 매쯤 쓰지 못할 리 없건만, 이 작가는 벌써오늘로 사흘이나 웅얼웅얼 읊조리며 쓰고는 조금 있다 찢고 또쓰고는 조금 있다 찢고 있다. 일본은 지금 종이가 부족한 상황이라 이렇게 찢어대면 아까운데, 전전긍긍하면서도 그만 찢어버린다.
- P11

수필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언어도 ‘날것‘이기에 매우 조심해서 쓰지 않으면 엉뚱한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준다. 결코 그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인간 역사의 실상‘을 하늘에 보고할 뿐이다.  - P12

가끔 신문사로부터 수필을 청탁받고 용감하게 달려드는데, 이건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하며 쓰던 원고를 찢어버린다. 고작 열 매 내외 원고에 사흘이고 나흘이고 끙끙댄다.
대단하군, 독자가 무릎을 탁 칠 만큼 빛나는 수필을 이 작가는 쓰고 싶은 모양이다. 너무 깊이 고민하다 보니 이제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 잘 모르겠다.
- P14

이건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하며
쓰던 원고를 찢어 비린다.
고작 열 매 내외 원고에
끄月사흘이고 나흘이고 끙끙댄다.


-다자이 오사무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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