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알베르틴 양이 떠났어요."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고통을 불러일으켰는지, 더 이상은 오래 버틸 수 없을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나의 온 삶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모르는 걸까. 고통을 즉시 멈춰야했다. 마치 죽어 가는 할머니를 보며 어머니가 그랬듯이 스스로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 P15

괴로워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선의의 마음에서스스로에게 말했다. 잠시만 참아. 곧 방법을 찾아볼 테니. 마음을 가라앉혀. 널 이처럼 괴로워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테니.  - P16

알베르틴이 내 옆에 있다는 그토록 큰 확신 속에살아온 내가, 돌연 ‘습관‘의 새로운 얼굴을 본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습관이 우리 지각의 독창성과 의식마저 제거하고 무로 돌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습관을우리에게 고정된 무시무시한 신(神)으로 간주했고, 그 무의미한 얼굴이 그토록 우리 마음속 깊숙이 박혀 있어서, 만일 우리가 거기서 떨어져 나가거나 멀어지기라도 하면 여태껏 거의알아볼 수 없던 그 신은 어느 누구보다 무서운 고통을 야기하고, 그리하여 죽음만큼이나 잔인한 존재가 된다.
- P17

나는 그녀가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쁜 짓을 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내 집에서 나와 함께 권태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종류의 슬픔보다 어쩌면 덜 고통스러울 거라고 이미 여러 번 깨닫지 않았던가. 물론 어딘가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그것이 어떤 기획된 광란의 파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를 원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일이 무척 끔찍할지도 모른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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