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숨결은 더 이상 힘겨워하거나 신음 소리를 내지 않고, 감미로운 흐름을 향해 활기차고 가볍게 스케이트를 타듯미끄러져 갔다. 어쩌면 갈대 피리에 부는 바람처럼 무감각한입김에 보다 인간적인 숨결이, 임박한 죽음에서 해방되어 더이상 지각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괴로움이나 행복의 인상을주는 보다 인간적인 숨결이 몇 개 섞여 있는 이 노래에서, 이제 그 숨결이 가벼워진 가슴으로부터 산소를 찾아 오르고 더높이 오르다 떨어지고 다시 튀어 오르면서 죽어 가는 사람의긴 악절에 리듬의 변화를 주지 않고도 한층 더 운율적인 억양을 덧붙였는지도 모른다. - P52

 아주 오래전 할머니의 부모님이 남편을 골라 주던 날처럼 할머니의 이목구비는 순수함과 순종으로 섬세하게 새겨져, 뺨에는 세월이 점차 파괴해 버린 순결한 희망과 행복에의 꿈, 결백한 즐거움마저 빛나고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조금씩 물러가던 삶은,
삶에 대한 환멸마저 앗아 가 버렸다. 할머니 입술에 미소가 떠오르는 듯했다. 장례 침상에서 죽음은 중세의 조각가처럼 할머니를 한 소녀의 모습으로 눕히고 있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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