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짐을부리는 부두 현장은 경제 생태계의 막장이었다. 어느 나라 세관도 반말했고 검역을 하는 사람도 말을 놓았다. 중국 공안과 일본 출입국 직원이 상인 수십 명을 줄 세워놓는 것은 빈번한 일이었다. 그 대열에서도 나는 상품 도매인에게 고분고분해야 하는 투명인간, ‘을‘도 아닌 ‘병‘이었다. 을이제시한 가격으로 물품을 양도하고 그가 지정한 제품을 구매했다. 이런 식으로 부두에서 일했다. 이렇게 익힌 국경무역으로 수출에 도전했다. 주문을 받기 위한 여정은 이국의 도시로 이어졌다. - P79
평소에도 이십 년, 삼십 년 이상 차이가 나는 젊은 사람과 사귀려 한다.
(중략) 산업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는 시대에는 젊은이에게 배워야 한다. 방탄소년단(BTS) 세대가 세상의 주인이 된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십 년, 삼십 년 이상 차이가 나는 사람과 사귀기는쉽지 않다. 그래서 조카들과 식사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조카 친구도 초대한다. 이들이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을 관찰한다. 젊은이들이 상용하는 테크놀로지는 생기롭다. 볼 때마다 눈에 띄게 성장한다. 난 대학생조카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을 몇 개 추천을 받아 사용해 보았다. 이들의 노래도 들어보고 쇼핑사이트도 추천을 받는다. 젊은이의 밥값을내주는 것으로 미래산업의 키워드를 찾을 수 있다. - P85
사우디에서 기름이 넘어오지 않으면 한국의 화학 산업은 없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국부 창출은 중동에 신세를 졌다. 아랍인이보여준 코리안 프랜들리가 고맙다. 그러나 한국은 돈 버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 · 중동 관광객이 한국에 와도 무슬림 친화적인 식당, 시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할랄인증이 된 식품조차 변변하지 않다. 싹트기 시작하는 어글리 코리아에 안티 코리아가 확산한다면 한류 확산은 한계가 있다. 상호주의는 국제 관계의 상식이다. 이슬람 문화를 주제로 공부해 보자. - P99
중국인은 옷차림과 외모로는 권력자인지, 부자인지를 알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보다 판이 크다는 도박의 도시, 마카오 리스보아 카지노에서수억의 판돈을 깔아 놓고 바카라를 즐기는 중국 할머니들을 보면 그 수수한 모습에 아리송하기까지 하다. 서울시가 주관한 ‘글로벌 바이어 초청상담회‘에 중국 사업가를 조칭했다. 부동산 개발회사에 유통회사를 가지고 있는 회장이었다. 그런데 공사장에서 입는 점퍼 한 벌로 며칠을 지내는 것이 아닌가? 영락없는 해장국집 아저씨로 보였다. 상담회장에서, 시청 방문에서, 면세점에서 수천만 원짜리 시계를 몇 개씩 집어 살 때도, 카지노에서도 이런 복장을 유지했다.
(중략)
한국인은 외모, 승용차, 사무실, 학벌 이런 것들로 사람을 판단한다.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 P103
어느 날 하루, TV로 골프중계를 시청했다. 해설자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와 그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성적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해박하게 선수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감동이었다. 해외에서 영업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산업계 대표기업의 경기를 중계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취급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해당산업이라는 경기장에서 해석해야 한다. - P106
지도를 만들면 길을 따라 걸을 수도 달릴 수도 있다. 지도를 만드는시작이 조사이다. 마오쩌둥은 "조사하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라고 했다.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사업은 백전백패한다. 군에서 하는 정보활동을 마케팅에서는 시장조사라고 한다. - P107
"빵 반죽도 발효되는 시간이 필요해요. 성실히 대응하고 있으니 조급히 하지마세요. 수출은 서두른다고 되지 않아요. 우리 전략적으로 일합시다."
제품에 따라 영업을 시작하고 해외주문을 받기까지는 2년, 3년, 심지어는 7년이 걸리기도 한다. 수출은 기본적으로 컨테이너 단위의 거래이다. - P123
(1) 해당분야 세계 10대 기업의 동향과 기술을 파악한다.
인터넷 즐겨찾기‘에 월드 톱 10개 에너지회사를 북마킹한다. 이 회사들의 모든 페이지를 열어 본다. 모든 이미지와 동영상을 다 본다는 각오로 파이팅을 한다. 이렇게 홈페이지 학습을 마치면 이 회사들 이름으로 기사검색을 한다. 기사는 최근의 기업활동과 산업동향을 알려 준다. 이런 일은 연구원이 아닌 경영자, 마케팅 담당자는 일과에서 할 시간조차 없다. 그래서 퇴근 후, 출근 전 한 시간 이상 작업한다. 휴일에는 종일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이 탐색을 지속한다. 보통 이런 최고 수준의 회사 하나, 홈페이지를 격파하는 데에는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수십조 수백조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의 마케터는 최고의 지식체계를 사이버 공간에 구현해 놓았다. 이들 페이지의 이미지와 영상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작업은 세상의 차원을다르게 한다. 당신은 글로벌 산업생태계의 광맥을 찾는 광부다. - P129
사업이 커질수록, 경쟁이 치열할수록 전략적 사고는 중요하다. 미국국공채 금리, 국제유가, 환율, 셰일가스, 루블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런 지식을 머리에 넣고 있으면 중국석유화공집단(SINOPEC)의 임원이나 스탠퍼드 대학 에너지 담당교수와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EC)가 주관하는세미나의 내용도 이해할 수 있다. 알고 하는 영업은 신 나는 일이다. - P131
영어가 안 되는 사람이 외교장관을 하고 노벨상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해외사업에서 비즈니스는 문서로 하며 계약은전문가 자문을 받는다. 중요한 협상에는 해당 국가의 말을 잘하는 사람도전문통역의 도움이 필요하다. 외국어보다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사업을이끄는 실력과 자신감이다. - P136
오 사장은 영문과 출신으로 영어를 잘한다. 그러나 중국 시골, 러시아변방에서는 호텔 체크인을 할 수가 없었다. 중국, 러시아에서 영어만으로장사하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현지에서 사업한다면 중국에서는 중국어를,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어를,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어를 해야 한다. 스페인어권, 불어권, 아랍어권은 하나의 세계이다. 한국어, 말레이, 크메르 (캄보디아같이 독립된 언어들도 있다. - P138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세 번 지낸 김창준 미래한미재단 이사장께 영어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까지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연방의원이 된 최초의 한국인이다. 선거운동과 연설도 당연히 영어로 했을 것이다. 우연히 김 이사장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나는 인터넷으로 그의 연락처를알아냈고, 전화를 걸어 일정을 잡았다. 며칠 후 몇 가지를 여줄 수 있었다.
"미국에서 정치인이 되려면 영어로 사람을 만나고 연설도 하셔야 했을 텐데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이민 간 사람이 어떻게 하셨습니까?" "언어는 말이지 태어나거나 10살 미만에 본토에 가서 살지 않은 사람이라면 - P139
원어민처럼 말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영어를 너무 잘해도 세일즈맨처럼보이거든 주눅이 들 것 없어. 이민자들은 발음이 좀 어색하더라도 품위 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해." - P140
짧은 대화를 통해 이 시골 폐차장의 경쟁력은 단박에 드러났다. 배려가 경쟁력이다. 세상 어느 곳을 가더라도 영어는 필요하다. 지위가 높거나박사학위를 받았어도 영어를 못한다면 글로벌 무대에서는 불편할 수밖에없다. - P141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 그러나 잘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른데 한국인모두가 영어를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도 영어 연수는 소수자의 혜택이다. 나는 영어권에서 살아본 적이 없고 단기과정의 영어 연수조차 다녀온 적이 없다. 학창시절에는 일본식 교재인 ‘성문기본영어‘로 문법 중심의 공부를 했다. 대학에서도 원어민에게 회화를 배운 적이 없다. 최루탄이자욱한 80년대에는 영어보다도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래도 내 세대가 대한민국 무역을 세계 7위권으로 올려놓았다.
(중략) 밝은 표정, 진지한태도로 세일을 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는 데에는 중학교 영어면 충분하다. - P141
사람은 알고 있는 범위에서선택하고 행동한다. 한국에서 취업대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신이 인지한기업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 교실 학생들은 한국의 인터넷매체를 보고생활하고 있었으며, 네이버가 알려주는 지식으로 머리를 채웠다. 그들의 인생지도가 국내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세계시장은 생각보다. 크고 일자리는 해외에 있다. - P153
웰치는 말한다. 기업이 승리하면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 희망을 품게된다. 아이를 키우고 건강을 지키며 퇴직 후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승리를 통해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사회에 이바지한다. 그러나 기업이 실패하면 생활은 무너지고 가족은 해체된다. - P159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하면 대통령이 오찬을 주최하고 대기업 총수들이 줄을 서지만 정작 기업들은 돈 버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어요", "한국은 원전도, 병원도 건설로 생각을 합니다.", "건설 말고도 산유국과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도 많은데 문화적 틈새를 찾지 못하고 있어요.", "일본이나 중국 기업은 아랍어를 하는 중동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고 이맘(이슬람교 교단조직의 지도자를 가리키는 하나의 직명)의 도움을 받으며 문화적으로 접근을 합니다.", "한국인들은 열사(熱砂)의 나라에 들어와서도 검은 양복을 입고 서툰영어로 사업 이야기만 해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도 없어요.", "심지어 공사계약을 딴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전 세계 14억 무슬림 모두가 사용하는 인사말인 ‘앗살라무 알라이쿰 (안녕하세요! 당신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이라는 뜻), 와알리쿠뭇 쌀람‘(앗살라무알레이쿰에 대한 대답)조차도 모르고 들어와서 영어로 인사를 합니다." " 아랍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지요." - P171
기업명부를 찾아 연락하는 것은 일의 시작이다. 영업으로 거래가 가능할 잠재적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말도 다르고 인종, 문화가 달라 어떤인연도 없던 사람을 찾아 친구로 삼고 거래를 한다는 것은 야생 곰을 길들여서 아내로 삼는 것과 같다. 성질이 급하면 동굴을 뛰쳐나가는 호랑이가 된다. - P212
한 나라의 시장을 개척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집중하고 밀어붙다. 이렇게 한 지역, 한 이벤트, 한 기업을 3회 이상 공략하면 해외영업이 붙는다. 현지정보와 콘텐츠가 튼실해지며 위험은 분산된다. 세 번진도 안 되는 일은 과정을 개선하고 다시 시도한다. 도시 지도를 펼치고 그동안 정성을 들인 친구, 거래처, 협력사의 위치를 표기해보자. 이것에 주소를 달고 기업명, 품목을 표기하면 사업을 만드는 지도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이 시스템을 타고 비즈니스가 운행된다. - P271
나는 마케팅에 대해 딱히 배운 적이 없다. 멘토도 없었다. 그래서 우선 마케팅 거장인 데이비드 오길비, 앨리스, 잭 트라우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경쟁이 격. 심한 소비재 시장에서 100년 이상 마케팅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 Johnson & Johnson과 Procter & Gamble과 같은 회사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자료와 동영상을 탐색했다. 무술 수련자가 다른 문파의 도장을 깨며실력을 확인하듯 글로벌 최고 기업의 마케팅 자료를 읽었다. 이 기업들의홍보 동영상을 몇십 편씩 보니 무엇인가가 움틀 걸렸다. 100편을 넘기니머릿속이 달라졌고 300편 이상에서는 마케팅의 맥락에 닿는 듯한 느낌이들었다. 이것들은 세계시장 탐방을 이어가는 회로에 연결되었다. 내는 전설의 그루들과 100년 이상 최정상을 고수하고 있는 기업의 마천재들이다.
- P285
충무공은 전쟁을 기록했다. 난중일기는 수려한 초서로 섰지만, 졸음에 겨워 흩어진 글씨도 보인다. 장군은 기록을 통해 성찰했고 기록을 통해 승리했다. 기록이 모이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스토리를 만들며 이것이 마케터의 자산이 된다. - P286
서 회장은 흙수저 자수성가형 사업가로서 수저 논쟁 속에 있는 한국사회에 뜻하는 바가 많다. 명동 사채 시장에서 신체포기 각서를 쓰고 도을 빌린 적이 있고, 삶이 힘들어 자살 시도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사업은 일생을 투자하는 것이다. 사업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만들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 P288
성과는 특별한 재주보다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성실에서 나온다. 감정에는 기복이, 사업에는 부침이 있다. 현업에 있으면서 팔자 편한 사업가를보지 못했다. 그러나 일은 꾸준히 하는 것이다. 우울을 다스리고 불안 속에서도 지탱하는 것이다. 지속과 집중은 평범한 삶을 귀하게 만든다. 수고로움을 통해 세상은 이로위진다. 우리가 하는 일, 직업(職業)은 베틀로 옷감을짜는 직업(業)과 같다. 실크로드에 있는 어느 사막 마을에서 양탄자를 짜는 작업을 지켜보았다. 한 올을 건너뛰고 베를 짜는 방법은 없었다. 벽 걸게한 장 완성하는데 20년, 30년도 더 걸렸다고 했다. 엄숙하고 아름다웠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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