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가장 큰 어리석음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을 우습게 여기거나 비난할 만한 것으로 여기는 거라네. 나는 밤을 좋아하는데 자네는 밤을 두려워하고, 나는 장미 향기를 좋아하는데 내 친구는 장미 향기를 맡으면 열이 나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런 사실 때문에 그 친구가 나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겠는가?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고 그 어떤 것도 비난하지 않으려 하네. 요컨대 너무 슬퍼하지 말게.
그러한 슬픔들이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받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아네. 그러나 적어도 자네는 현명하게도 할머니에게 애정을 쏟고 있지 않는가.  - P212

여러 종류의 모자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자 할머니께도이런 유치한 면이 있었나 싶어 나는 조금 화가 났다. 심지어내가 그동안 할머니를 잘못 보아 온 게 아닌지, 내가 너무 높게 평가했던 것일 뿐, 늘 믿어 왔듯이 할머니는 그렇게 초연한존재가 아니며, 할머니와 가장 무관하다고 믿어 온 그 교태란것을 혹시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P248

 내 기분이 언짢았던 것은 특히 그 주에 할머니가나를 피하는 듯 보였고, 낮이든 밤이든 단 한순간도 할머니를내 곁에 붙잡아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에 잠시 할머니와단둘이 있으려고 호텔로 돌아오면 할머니는 안 계시다고 하거나 프랑수아즈와 방에 틀어박혀 긴 밀담을 나누면서 방해가 되니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생루와 함께 밖에서저녁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내내 빨리 할머니 얼굴을 보고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에 할머니가 칸막이벽 너머에서 저녁 인사를 하러 와도 된다는 작은 신호를 보내 주기만 기다렸지만,
이런 기다림도 헛되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할머니에게서 정말로 새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무관심과 더불어 내가 그렇게도 기대했던 기쁨을 빼앗아 간 데 대해조금은 원망하면서 마침내 잠자리에 들어가 어린 시절마냥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아무 말도 없는 벽을 향해 귀를 기울이며 눈물 속에 잠들곤 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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