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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김경집의 6I 사고 혁명 - 콘텐츠의 미래를 이끄는 여섯 개의 모멘텀
김경집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평점 :
오래전 저자의 『인문학은 밥이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철학, 종교, 심리학, 음악 등 총 12개 인문학 분야를 다루는 640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완독하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또 요즘 여러 달을 붙들고 있는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생각의 탄생』을 읽는 중에 이 책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아 함께 연결하여 읽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전자는 세상을 바꾼 천재들의 ‘생각법’을 13가지 항목을 다룬 책이고, 이 책은 탐구, 직관, 영감, 통찰, 상상과 ‘나’를 핵심에 둔 여섯 가지 사고 혁명을 이야기한다. 공교롭게도 두 권의 책 모두 ‘창조적인 생각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6I는 탐구(Investigation), 직관(Intuition), 영감(Inspiration), 통찰(Insight), 상상(Imagination)과 가장 핵심이 되는 ‘나(I)’ 이렇게 여섯 가지로 미래 콘텐츠의 사고 혁명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의 구성은 1부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2부 파이브 아이즈, 다섯 개의 길 3부 여섯 번째 I, 그리고 새로운 길로 되어있다.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해서 급변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바꾸어 놓은 듯하다. 기존의 당연했던 일상도 조직과 교육 현장의 소통 방식도 비대면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상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 ‘콘텐츠’라는 단어가 참 많이도 언급되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것이 미래의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이 바뀌면 그에 적용하는 우리의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고 개인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각 장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리뷰를 시작하려 한다.
1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대명사로 스티브 잡스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를 이야기할 때 그의 성공신화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그가 실패 속에서 배운 것이 무엇인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스티브 잡스에게 뛰어난 직관 능력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로 인해 회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일, 나아가 결국은 ‘창조, 혁신, 융합’의 대변신을 하며 ‘새로운 잡스’로 거듭나게 된 배경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여기서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알았다고 하는데, 심플함을 추구하던 그가 역시 단순한 표현을 선호하던 마크 로스코와 마음이 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2015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있었던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 전’을 언급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금 알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그림에 관심이 생겨서인지 미술관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익숙하게 보아왔던 그림과 달리 현대 미술이나 추상화는 내게 아직 ‘넘사벽’처럼 느껴지는데, 이에 대해 위안이 되는 조언이 있었다. 가끔이라도 전시회에 들어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는 게 쌓이면 어느 순간 섬광처럼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고. 또 그 감상과 해석의 주체는 ‘나 자신’이라고 말이다.
탐구(Investigation), 지식의 진화
여기서 방탄소년단의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 속<Dionysus>은 심리학과 철학이 짙게 깔려있다는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들의 노래를 세계의 많은 팬들이 공감하고 있다는데 놀랐고, 잘 만든 콘텐츠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기존의 지식과 정보가 아직도 유용할까? 다행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지식과 정보를 확보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책에는 지식과 정보 외에도 ‘섬세하고 깊은 사유, 다양한 감각, 풍부하고 독특한 감정’ 등의 요소를 발달시킬 수 있는 점에서 탁월하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일인으로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무조건 많이 읽는 것보다는 어떤 분야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원한다면 한 분야의 책 열 권을 읽으라고 제안한다. 이것을 저자는 ‘꾸러미 독서’라고 부르는데, 새로이 알고자 하는 분야를 위해 공부하는 마음으로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 경제 분야나 예술 분야 등 어떤 분야라도 이러한 방법의 독서를 실천한다면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되는 건 당연할 것 같다.
직관(Intuition),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
직관이란 부분을 분석하거나 조합하여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과정 없이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물론 코페르니쿠스, 하워드 슐츠 등의 사례를 통해 직관의 능력이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또 빅데이터와 AI로 인해 환경문제를 발생한다는 얘기를 접하고 놀라웠다. 일전에 마이클 셀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알게 된 그레타 툰베리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뉴욕 유엔 본부에 가서 오히려 더 많은 탄소를 배출시켰다는 일화가 여기서도 나왔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빅데이터와 AI라고 했다. 2019년 6월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의 앰마 스트러벨(Emma Strubell)의 연구에 의하면 AI에 자연어 처리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약 284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약 57년 치에 해당하는 탄소라고 한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가 약 5톤이라고 하는데, 정말 쉽게 계산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조건 성장과 발전에만 주목하지 말고 그 이면에 가려진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며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일 또한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영감(Inspiration)
흔히 20세기는 지식과 정보의 양과 질로 승부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한다. 세상은 많은 변화하였고 이제는 지식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보통 우리는 영감(inspiration)이라는 단어를 보면 예술가들을 떠올리게 된다. 사전적 의미의 영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신령스러운 예감이나 느낌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을 의미한다고 한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이나 피뢰침을 발명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사례도 호기심을 갖고 관찰했기에 이루었던 성과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영감도 키울 수 있는 걸까?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던가? 여기서 저자는 영감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된 선물이 아니라, 누구나 가진 보편적 능력이고 평범한 지능을 가진 사람도 누릴 수 있으며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영감을 키울 수도 있다니 희망이 생겼다. 치열한 일과 생각 상태에서 잠시 멈추고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가지면 영감이 떠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얘기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를 끌었다. “대단한 천재성을 지닌 사람은 때로는 가장 적게 일할 때 가장 많은 것을 성취”한다고 말이다. 과연 다방면에 천재성을 발휘했던 위인의 말이니 믿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우리도 너무 바쁠 때보다 밖에 나가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산책을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도 있지 않은가.
이밖에도 통찰(Insight)과 상상(Imagination)에 이어 3부의 파이브 아이즈 융합으로 이어진다. 융합 편에서는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8500만 원으로 창업하여 14년 만에 170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과정을 보면서 평범한 듯하면서도 켤코 평범하지 않은 기인처럼 느껴졌다. 돈이 없었고 IT 기술에 무지했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계획이었다는 마윈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성공의 비결 안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비즈니스 철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태도의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다룬 다섯 가지는 결국 맨 마지막에 나오는 ‘나(I)’가 핵심이고 주인공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콘텐츠의 핵심 가치는 ‘사람’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최우선 해야 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얘기다. 요즘의 대세는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아갈까, 하는 것이 화두가 아닐까 싶다. 텍스트에서 벗어나 콘텍스트로 확장해야 한다는 말을 다른 책에서도 접했다. 어떻게 하면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최상의 결실을 얻을 수 있을까. 저자는 여기서 그러한 확실한 대안으로 ‘연출 노트’로 희곡 읽기를 권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일을 수행할 때 우리는 ‘매뉴얼’을 따르게 되는데 이것은 누군가 이미 해석을 마친 것이라 내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희곡은 최고의 연습 대본이며 창의성 매뉴얼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대사 속에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물을 배치하고 무대를 떠올리는 등 생각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든 일이든 이러한 연출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험을 키우라고 한다. 이렇게 희곡을 읽는 일은 지금까지 살펴본 각각의 항목을 모두 동원하는 셈이고, 가장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서문에서 콘텐츠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얘기를 마지막 부분에서도 재삼 강조하며 이야기를 맺는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읽은 『결국엔, 콘텐츠』 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본은 ‘사람’이라고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말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제시한 여섯 가지 즉, 6I는 일대일 또는 일대 다수의 경우의 수를 만들어가면서 확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텍스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넘치고 있다.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창조성을 키우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발굴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