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예술적 변화가 정치적·사회적 변화보다 조금늦었지만 현대에서는 예술이 시대를 한 박자 앞서간다. 그래서현대 예술을 외면하면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놓치는 셈이다.
그러니 일부러라도 현대미술이나 현대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누려야 한다. 그런 데에서 콘텐츠의 힘이 길러진다.
- P56

감상과 해석의 주체는 전적으로 나 자신‘이다. 세상의 중심이고 미래 공감의 핵심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건 엄청난 일이다. 이것이 미래 콘텐츠를 길어낼 넓은 호수며 깊은 샘이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로스코의 사례에서 우리가 진정 읽어내야 하는 핵심은 바로 그런 것이다.
- P57

이런 사례가 허다하게 많다는 건 여전히 왜곡된 남성중심주의적 사고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흔히 여성이 대부분인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 부르게 만든 나이팅게일 Florence Nightingale의 실제 별명은 ‘망치를 든여인‘이었다. 보급품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자 망치를 들고 보급창고 자물쇠를 깨부수고 부상병을 치료했던 데서 연유한다.

그 별명이 자극적(도대체 누구에게 ‘자극적‘이란 말인가?)이라 여긴
‘남성‘ 종군기자가 ‘등불을 든 여인‘으로 표현했고 여러 과정을거쳐 ‘백의의 천사‘ 라고 굳어졌다. 거기에는 ‘천사여야 한다‘는강요가 함축됐다. 나이팅게일의 진취적이고 당당한 태도, 직업의 전문성, 용기와 끈기는 그 이름 뒤로 감춰버렸다.  - P59

앞에서 ICBM과 스티브 잡스의 20세기, 21세기 상징을 도식적으로 서술한 것처럼 이제는 비가시적이고 비형태적이며 비질료적인, 즉 콘텐츠가 핵심인 시대로 전이했다. 그 본질이 불명확하고 애매하기는 하지만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은 기계적혁명이 아니라 비기계적 혁명, 즉 사고의 혁명으로 성큼 들어섰다. 따라서 ‘창조혁신 · 융합‘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가 선언적으로는 창조·혁신·융합을 외치고 있지만 교육 과정에서 배운 적도 없고 일상에서 이를 경험한 적이 별로 없다.
- P70

우리로서는 사고의 혁신을 통해 다양한 융합을 이끌어냄으로써 여러 부가적 가치를 강화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기존에 있던 것, 그리고 지금까지 이루어온 것을최대한 여러 가지로 엮어서 융합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주장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강조한 ‘초연결성‘ 처럼 영역(카테고리)도 파괴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씨줄과 날줄을 최대한 연결해야 한다. 이미 말했듯이 초연결성이 극대화되려면 먼저 사회와 조직이 최대한 수평화되어야 한다. 수평적일 때 연결할 수 있는 접점이 많아지고 더 많은 고리를 통해 융합될 여지가 훨씬 더 커진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혁신적 결과를 얻을수 있다. 애플의 결과만 바라볼 게 아니라 왜 애플이 성공했는지, 그 성공의 핵심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우리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부터따져야 한다.
- P71

집단지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집단 구성원이 서로 협력하거나경쟁하여 쌓은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은 지성 또는 그러한 집단적 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대중의 지혜에 바탕을 둔 ‘공생적 지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개념이기도 하다.
- P72

 이러한 집단지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전자미디어의 보편화 덕분이다. 이것을 더 확장하면 ‘전 지구적인 두뇌 Global Brain‘의 구축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컴퓨터가 두뇌의확장이라면 컴퓨터 네트워크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두뇌들이결합한 집합적 지성의 탄생을 의미한다. 결국 컴퓨터 네트워크의 결합은 데이터베이스의 전 지구적인 결합이다. 자연스럽게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지성의 실시간 연결이 되는것이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혁명이다.
- P74

‘융합‘조차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융합은 녹아서(혹은 녹여서)하나로 합친다는 물리학 ·화학적 개념이다. 이제는 일반 개념으로 확장되어 융합 현상을 방송과 통신의 통합에서 많이 사용하며 망의 융합, 서비스의 융합, 기업의 융합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사실 융합이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어설픈융합을 경계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자신도 똑같이 경험할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혼동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75

심리학적으로 좀 더 심화해서 나아가 보면 융합은 인간의
원초적 공포, 즉 실존적 고독, 죽음, 공백을 두려워하는 심리에대한 방어기제의 일종이다. 새로운 것 또는 서로 다른 것을 경험할 때 직면하는 당혹감을 완충하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줄이고 싶은 사람이 시도하는 환상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융합은 소극적 방어기제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올바른 융합을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더불어 온전한 타자성을 인식하고서로 심오한 연합을 경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콘텐츠와 융합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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