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빛이 좋지 않은 아이도 조용히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밥을 급하게 먹고 있었다.
그는 이 장면을 보며 보잘것없어진 남자의 모습을 느꼈다. 그 남자의 아이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어린 마음에도 포기해야만 하는 그들의 운명을 알고있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 P104

 또 그 옆집 창문, 가장 잘 보이는 창문 안에는 옷장 같은 것이 있고 벽 옆에 등불이 켜진 불단이 놓여 있었다. 이시다에게는 그들의 방 사이를 가르고 있는벽이라는 것이 어딘가 허무하고 슬프게 보였다.  - P104

그것은 인간의 기쁨이나 슬픔을 초월한 어떤 엄숙한 감정이었다. 그가 생각하던 ‘인생의 무상함‘이라는 감정을넘어선 어떤 의지력이 느껴지는 무상함이었다. 그는 고대그리스의 풍습을 떠올렸다. 죽은 자를 눕히는 석관의 표면에 음탕한 장난을 치는 사람의 모습이나 암양과 성교를하는 목양신의 모습을 새기던 그리스인의 풍습을…….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른다. 병원 창문 안 사람들은 벼랑 아래 창문을, 벼랑 아래 창문 안 사람들은 병원 창문을, 그리고 벼랑 위에 이런 감정이 있다는 것도… - P1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