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쇼윈도에 가고 싶어 한 데는 햇빛이나 선택받을 가능성과 무관한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아야겠다. 대부분의 에이에프나 로사와 다르게 나는 늘바깥세상을 아주 세세하게 보고 싶었다. 그래서 셔터가 올라가고, 바깥쪽 인도와 나 사이에 유리 한 장밖에 없어서지금까지는 가장자리나 귀퉁이밖에 못 봤던 수없이 많은 것들을 가까이에서 전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되자, 나는 순간 너무 들떠서 해와 해의 인자함조차 잊을 정도였다.
- P19

가끔은 (나는 RPO 빌딩을 보는 척하면서 창으로 다가온사람을 몰래 훔쳐보는 데 능숙해졌다.) 아이가 다가와 우리를 보는데, 우리가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슬픔 혹은분노가 어린 표정일 때도 있었다. 이런 아이도 금세 돌변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웃거나 손을 흔들기도 했지만, 창문 앞에 선 지 이틀째에 나는 그래도 여러 아이들 사이에 뭔가다른 점이 있음을 느꼈다.
- P21

"프랑스 여자애 둘이 있어. 지난번 우리 모임에 왔었어. 둘다 머리를 너처럼 짧고 단정하게 했어. 귀여워 보이더라." 조시가 또 말없이 나를 봤는데, 나는 또 아주 조금 슬픔의 기미를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아직 얼마 안 되었을 때라 확실하게는 몰랐다. 그런데 조시는 다시 얼굴이 밝아지더니 말했다.
"근데 거기 그렇게 앉아 있으면 덥지 않아? 목마르거나 그렇지 않아?"
- P26

그런데 계속 창밖을 관찰하다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다.
에이에프들이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걱정하는 거라고, 우리가 새 모델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제 자기 에이에프를처분하고 우리 같은 신형으로 교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하는 거였다. 그래서 부자연스럽게 걸음을 재촉하고일부러 우리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하는 거였다. 우리 창문에서 에이에프를 거의 볼 수 없는 까닭도 그래서였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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