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의 아들은 그를 미워했다. 아버지가 가까이 다가왔기에,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았기에, 그를 미워했다. 자신과어머니를 방해했기에 그를 미워했다. 그의 의기양양하고 숭고한몸짓 때문에, 그의 당당한 머리 때문에, 그의 가혹함과 자기중심적인 면모 때문에(그가 서서 자기에게 관심을 기울이도록 명령했기에) 그를 미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자신의 들떠 있는 감정을 울리는 소리를 미워했다. 그 소리는 그들 주위에서 진동하면서 그와 어머니의 더없이 소박하고 평온한 관계를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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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사랑하면서도 진실에 대한 본능적 갈구 탓에 진실을 직시하려 하지만 견딜 수 없던 바로 그 순간에, 고통스럽게도 자신의 무가치함이 입증되었다고 느끼고 이런저런 거짓과 과장 탓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느끼는 순간에, 고양된 기분의 여파로 이처럼 비참하게 초조해진 바로 이 순간에, 카마이클 씨는 노란 슬리퍼를 신고 발을 질질끌며 지나가고 있었고, 내면의 어떤 악마적 충동으로 그녀는 지나가는 그를 소리쳐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카마이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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