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신에게는 지금 새 잡이 사내도 없고 마술 피리도 마법의 종도 없네.""내게는 우물이 있습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 P144
어쩌면 세계는 회전문처럼 그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그저 그런 게 아닐까.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는 불쑥 생각했다. 그 어느 칸에 들어갈지는 단순히 발을 내딛는 문제에 불과하지 않을까. 어느 칸 안에는 호랑이가 존재하고, 다른 칸 안에는 호랑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ㅡ 요컨대 그뿐이지 않을까. 거기에는 논리적인 연속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더욱이 선택지 따위도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 P152
만주국은 불과 며칠 사이에 환영의 나라가되어 역사의 흐르는 모래 속에 묻혀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그리고 뺨에 반점이 있는 수의는 회전문의 다른 칸으로 들어간 채, 본의 아니게 만주국과 운명을 함께하게 되었다.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