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을 잊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사람은 진정한 자신 없이는 애당초 살아갈 수 없어. 그건 땅과 마찬가지야. 땅이 없으면 거기에 뭘 만들 수도 없으니까. - P277
"증오는길게 늘어진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이죠. 그 그림자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대부분의 경우 본인도 모르는 법이에요. 그것은 양날의 칼입니다. 상대를 찌르는 동시에 자신도 찌르죠. 상대를 깊이찌르는 사람은 자신도 깊이 찌릅니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있어요. 그러나 버리려고 한다고 쉽게 버려지는 것도 아니죠. 오카다 씨도 조심하세요. 정말 위험한 거예요. 한번 마음에 뿌리 내린 증오를 떨쳐 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 P291
태엽 감는 새가 태엽을 감지 않으면, 세계가 움직이지 않아. 그런데 아무도 그걸 몰라. 세상 사람들은 모두 훨씬 더 복잡하고 멋들어지고 거대한 장치가 세계를 빈틈없이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 P295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레 일은 더더욱 모른다. 아니, 그런 말을 하자면 오늘 오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조차 알 수 없다. - P302
나는 오래도록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에서 내보내는 내 피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손가락 끝까지 도는 광경을 떠올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 가만히 얼굴을감싸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맨 첫 문장에 ‘자신의 손가락‘은 ‘나의(내) 손가락‘으로 번역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
본문에는 이렇게 ‘나‘를 가리키는 말이 ‘자신‘으로 표기돠어 있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마치 제삼자가 말하는 듯 느껴져 어색하다. - P317
"있죠, 태엽 감는 새 아저씨." 하고 가사하라 메이는 말했다. "나는요, 사람이란 저마다 다른 것을 자기 존재의 중심에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서로 다른 하나하나가 열원처럼,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그 사람을 움직여요. 물론 내게도 그런 게 있는데, 간혹 그게 감당이 안 될 때가 있어요. - P355
지금은 아무도 나를 구제할 수 없어요. 저, 태엽 감는 새 아저씨, 내 눈에는 세계가 그냥 텅 비어 보여요.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게 가짜로 보여요. 가짜가 아닌 건 내 안에 있는 그흐물흐물한 것뿐이에요." - P339
"가엾은 태엽 감는 새 아저씨." 하고 가사하라 메이는 속삭이듯 말했다. "아저씨는 보나마나 많은 걸 떠안은 거겠죠. 자신도 모르게, 싫다고 마다하지도 못하고, 마치 벌판에 비가 내리는 것처럼 눈을 감아요, 아저씨. 풀로 딱 붙인 것처럼 꼭 감아요." - P340
전화를 끊고서 나는 갑자기 답답해졌다. 지난 몇 달 동안에 어떤 기묘한 흐름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지금 내가 있는 세계와 삼촌이 있는 세계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두껍고 높은 벽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한 세계와 다른 세계를 가르는 벽이었다. 삼촌은 저쪽 세계에 있고, 나는이쪽 세계에 있다. - P345
"그렇다면, 뭔가를 분명하게 알 때까지, 자기 눈으로 보는훈련을 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 시간을 들이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돼, 무언가에 넉넉히 시간을 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세련된 형태의 복수거든." - P352
나는 도망칠 수 없고, 도망쳐서도 안 된다. 그것이 내가얻은 결론이었다. 가령 어디로 간들, 그것은 반드시 나를 쫓아올 것이다. 어디까지나. - P372
어. 얼마 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는 이곳을 떠날수는 있지. 하지만 이곳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고 말이야. 아무리 멀리 가도 도망칠 수 없는 일도 있어. 당신이 크레타섬에 가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 P374
좋은 뉴스는, 대부분의 경우 작은 목소리로 말해진답니다. 아무쪼록 그 점을 기억하세요." - P379
누군가가 사라진 후, 그곳에 남아 혼자 산다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그 점은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아무것도 원하는것이 없는 적요함만큼 가혹한 것도 달리 없습니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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