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마르크스(Karl Marx) 말마따나 기술은 자연력에 대한인간의 승리이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20세기 후반기에 폭발한 기술발전의 결과물, 즉 개인용 컴퓨터, 모바일 기기, 인터넷, SNS 등으로 말미암아 시작된 새로운 양태의 삶이란 일정한 자유의 증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예상태의 증대이기도 하다.
- P152

가까운 숲에 찾아가 느릿느릿 거닐어보는 단순한 행위는감퇴된 능력과 감각을 회복하는 데 큰 약효가 있다. 사실 숲을 천천히 산책하는 것을 일상화하면 여러 가지가 동시다발로 회복되기에, 숲 산책은 ‘회복 프로젝트의 총화(和)‘라 할만하다. 숲에서 우리는 보고, 듣고, 향기 맡고, 감지하는 법을새로 익힐 수 있다. 또한 우리의 뇌에서는 기억이나 사색과 관련된 뇌세포가 활성화된다. 기억하고 사색하면 뒤엉켜 있던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실타래가 가지런해져서, 불안한 미래로의 투신이라는 삶의 여정에 빛줄기가 찾아든다. 그 빛줄기의 이름은 자기신뢰감, 자존감이다.
- P156

연필로 끄적거리는 것은 산책과도 같다. 마음 내키는 대로걷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있던 자리로 돌아오면 그만인산책처럼, 연필은 우리를 구속하지 않고 풀어준다. 물론 연필이 무한정한 시간의 낭비, 마음의 방만, 무책임한 탐닉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사물만은 아니다.  - P164

숲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자랐던 어린 시절의 행복이, 우주의 리듬이나 자신의 리듬이 되는 안식의 시간이, 행복감과 연대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기적 같은 교향악적 만남이, 어디선가 온편지처럼,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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