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SF... F.. C.
메리 셸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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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 프랑켄슈타인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로 회자되고 있으며, 19세기 고딕소설 최고의 걸작이라는 메리 셸리의 대표작이다. 제우스신의 명을 어기고 인간에게 지식과 불을 가져다 준 대가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처럼,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피조물을 만든 결과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구를 파멸의 구덩이로 몰아넣게 된다. 아주 오래 전 영화로 본 기억으로는 피조물의 흉측한 외모를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만 했는데 책으로 읽으면서 피조물의 내면 심리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소설의 모티브를 얻은 계기도 너무 유명한 일화여서 읽고 싶다는 기대감을 더해주었다. 셸리 부부와 바이런 경 부부가 모인 자리에서 유령 이야기를 하나씩 쓰자는 제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유전자를 지니지 않고 진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명체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출생을 어느 날 문득 던져진 존재라고 하는데, 이 피조물이야말로 그에 딱 맞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과학에 대한 열정과 실험정신은 높이 살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지 않고 과학자의 성취에만 모든 것을 걸어도 되는 걸까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제1권의 시작은 월턴 선장이 영국의 새빌 부인에게 서신을 전하는 내용이 나오고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가 제2권의 2장까지 이어진다. 이어 3장부터 8장까지는 피조물인 괴물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한다. 피조물을 쫓아 북극까지 왔다가 거의 죽기 직전의 프랑켄슈타인을 월턴 선장이 구조 해준 인연으로 들은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주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간이나 생명이 있는 모든 동물의 구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과학도 프랑켄슈타인은 어머니가 사망 후 대학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난다. 이미 17세에 몇 개의 언어를 할 줄 알고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가르치는 자연과학 이론과 실험에 통달하여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경지에 이른다. 과학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으로 연구하다가 날을 새기도 하면서 2년의 연구 끝에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피조물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도 잠시 쪼글쪼글한 피부에 검은 입술을 한 흉측하게 생긴 외모에 공포와 혐오감을 갖게 되고 도망치게 된다.

 

 이름도 없는 피조물은 보통 사람보다 키도 크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다. 하지만 아직 인간들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덩치만 큰 피조물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겉모습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충격에 빠지고 절망하게 된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프랑켄슈타인의 동생 윌리엄이 살해되었다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는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하녀 유스틴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피조물인 괴물의 짓이라고 단정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호기심과 부당한 일 때문에 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상황에 참담한 심정이 된다. 재판이 진행되지만 거짓 자백을 함으로써 유스틴은 희생양이 된다.

 

 프랑켄슈타인이 피조물을 만들지 않고, 그 과학적 재능을 다른 일에 썼더라면 어땠을까. 피조물을 창조한 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좀 더 숙고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왕 만들었다면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의 선택으로 태어났으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애정을 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후회와 고통에 사로잡힌다.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모든 인간은 버림받은 자를 증오하지. 그런데 그 어떤 생물보다 더 비참한 내가 어째서 미움 받아야 하는가! 나를 창조한 당신도 피조물인 나를, 우리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끊어지는 관계로 당신과 묶인 나를, 증오하고 경멸하지. 당신은 나를 죽이려고 든다. 생명을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다루지? 당신의 의무를 내게 다하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간들에게 내 의무를 다하겠다. 당신이 내 조건을 들어준다면, 그들과 당신을 가만히 두겠다. 하지만 거부한다면, 당신의 남은 친구들의 피로 만족할 때까지, 죽음에 굶주린 위를 채우겠다.”(P139)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피조물과 마주치고 분노하자, 피조물도 지지 않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선택의 여지없이 생명을 부여받고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피조물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생명을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다루지?”라는 말이 자꾸 뇌리에 남는다. 자신의 피조물에게 사악한 악마라고만 치부할 자격이 있는지 묻게 된다. 나약하고 소중한 생명이 잔혹한 학대의 대상이 되어 스러지는 오늘의 현실도 떠오른다.

 

 버림을 받고 추위와 배고픔에 떨다가 어느 오두막집에 숨어들어 먹을 것을 훔치고 연명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다양한 감각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에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점차 보고 듣고 냄새를 느끼고 각각의 감각을 구별하기 시작한다. 사물을 인지하고 감각을 익히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얼마나 추위에 떨었으면 불을 발견하고 온기를 느끼며 좋아했는데 그 속에 손을 넣었다가 뜨거워서 기겁을 한다. 보살펴주고 위험요소를 인지시켜주는 보호자가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익혔을 텐데.

 

 가난한 오두막집의 우리에 숨어서 살면서 그들이 가난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땔감을 해다가 쌓아놓으며 도움을 준다. 그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면서 그들이 놀라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들이 경험과 감정을 소통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관찰하다가 불, 우유, 빵 등 단어를 배우고 쓸 줄 알게 되면서 기쁨을 느낀다. 그러다 투명한 웅덩이에 비친 괴물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굴욕감에 빠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언어의 기술을 배우려 노력하고 감각을 익히고 사람들의 연민과 사랑을 배우려고 애썼다. 그들이 기쁘면 자신도 기쁘고 그들이 슬프면 자신도 슬퍼한다. 그렇게 공감능력이 생기자 피조물은 자신의 이런 마음을 전하고자 한 가지 계획을 세운다. 젊은이들이 모두 밖에 나간 사이에 앞 못 보는 노인 드 라세를 만나러 방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아들과 딸들이 들어오자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딸 아가타는 흉측한 외모에 기절을 하고 팰릭스에 의해 거절당하고 내쫓기자 오두막집에 불을 지르고 그곳을 떠난다.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인간의 정을 느끼고 싶었던 피조물은 흉측한 자신의 외모 때문에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숲속에서 어린 소녀를 구해주는 선행을 베풀었음에도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인간을 향해 증오심은 더욱 커지고 복수하기로 맹세한다.

 

 글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되자 옷 주머니에서 발견한 종이에서 피조물의 끔찍하고 증오스러운 형상이 세세하게 묘사된 내용을 읽으면서 더욱 고통으로 몸서리친다. 이제 남은 것은 악과 복수심 밖에 남지 않았다.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서 자신과 같이 흉측한 외모를 지닌 여자를 하나 창조해 달라고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거라고. 언변이 좋은 피조물에게 설득 당한 프랑켄슈타인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친구 클레르발과 함께 영국으로 떠난다. 스코틀랜드의 외딴 곳에서 그 작업을 마치려고 클레르발과 잠깐 헤어진다. 하지만 그 일에 몰두하다가 생각을 바꾸고 만들다 만 피조물을 부숴버린다. 이 모습을 지켜본 피조물은 복수심은 극에 달한다. “네 결혼식 밤에 내가 할 것이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과학적 열정과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생명체를 만들었지만 신의 영역을 침범한 대가를 특특히 치렀다. 살아있어도 사는 것이 아니게 된 프랑켄슈타인은 끝까지 쫓아가다가 결국 주검이 된다. 피조물은 죽은 자신의 창조주를 바라본다. 증오심으로 여러 사람을 죽였지만 그로 인해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고백하며 이제 죽음만이 유일한 위로라고 한다. 인간 세계의 정을 나누고 싶었던 피조물은 그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이었다. 수많은 아류작을 낳는 모티브가 되었던 이 유명한 작품을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인간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욕망과 성취 사이에서 책임감도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인간의 선악과 실존에 대한 궁금증 등 생각거리를 안겨 주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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