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최지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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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자 메이 올컷의작은 아씨들은 워낙 유명해서 언젠가 읽어본 적이 있지 않나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예전에 중고생이었을 때 명화극장으로 흘려보던 기억이 있지만 책으로 읽고 나니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올컷의 작품으로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요전에 작가와 예술가들의 루틴 이야기를 모아 놓은예술하는 습관에서 루이자 메이 올컷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올컷은 작품을 쓸 때 광적으로 몰입하며 쓰는 타입이었는데 그럴 때면 며칠 밤낮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썼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작품은 아동서의 잠재적 수익성을 포착한 편집자와 아버지를 즐겁게 해주려고 썼다 한다. 전혀 영감을 느끼지 못한 이 작품이 잘 팔리는 바람에 재정적으로 독립해 전업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 가사노동, 가정교사 일을 해 왔다고 하는데 이 작품 자매들 이야기 속에 그 힘겨운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메그, , 베스, 에이미 네 자매는 성격도 전혀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데 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형제애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각자 다른 개성과 성격 때문에 아웅다웅 싸울 때가 있지만 돌아서면 후회하고 서로 용서하는 모습이 천생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이었다. 그 따뜻한 사랑으로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이겨냈으리라.

 

  이 소설의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1861~65)의 시기로 작품이 시작되는 때는 1861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부터다. 아이들에게 있어 크리스마스란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떠올리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다. 각자 갖고 싶은 선물과 가난 타령으로 시작하는 네 자매의 이야기에 마음이 짠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쟁터에 나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군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이번 크리스마스는 선물 없이 보내자는 엄마의 말을 떠올린다. 그렇다고 아쉬운 마음이 사라질까. 이제 겨우 십대인 소녀들인데. 가난한 형편 때문에 아이들은 메그는 가정교사를 조는 마치 할머니를 돌보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모양인데 조는 자기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한다. 베스는 해나와 집안 정리 정돈을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일이 최악이고 에이미는 학교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제일 힘들다고 푸념을 한다. 이 자매들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면서 이들 앞에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몰입하며 읽어나갔다.

 

  크리스마스가 되자 어머니는 이웃에 새로 태어난 아기와 가난한 여자가 있는데 자신들이 먹을 아침 식사를 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한다. 배고픔을 참고 기다렸던 참이라 힘들지만 잠시 주저하다가 선뜻 따른다. 이들에게 엄마는 거의 우상 같은 존재였으니. 배고픈 아이들을 두고도 더 힘든 이웃을 위해 자선을 베풀려는 엄마의 마음도 거기에 호응하는 아이들도 대단했다. 이들의 선행은 하인 해나에 의해 이웃집 로런스 할아버지에게 알려지고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훌륭한 성찬으로 저녁식사를 보상받게 된다.

 

   이 작품을 읽는 재미는 조가 이웃 부잣집의 로런스 할아버지의 손자 로리를 알게 되고 친해지는 장면을 만나면서 더욱 배가된다.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외롭게 살아가던 로리에게 이웃집 마치부인과 네 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털털한 성격에 모험을 좋아하는 조는 눈 내리는 어느 날 오후 눈길을 쓸다가 위엄 있는 궁전을 연상케 하는 로런스 할아버지의 집안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무도회장의 커튼 뒤에 숨었다가 우연히 알게 된 로리를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궁리한다. 눈뭉치를 창에 던져 로리가 창문을 열게 하더니 드디어 궁전에 입성하게 되는데 참으로 조다운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책이야기, 어머니와 즐겁게 보내는 자매들의 모습을 본의 아니게 내려다보면서 부러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로리의 말을 들으며 로리의 외로움을 알게 된다. 가난하지만 자신은 사랑하는 가족과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된 조는 로리에게 그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말괄량이 기질과 대담한 성격인 조는 손자를 사랑하지만 고지식한 면이 있는 로런스 할아버지의 굳건한 마음도 녹여버리고 만다. 외로웠던 로리도 점점 밝아지고 숨겨있던 장난기가 발동하면서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나간다.

 

  네 자매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을 곁들여 그려내고 있는데 이웃집 로리와 연결되면서 더욱 따뜻하고 풍성한 이야기가 된다. 피아노를 배우려고 엄청 노력했지만 음악수업도 받을 수 없었고 좋은 피아노가 없어서 조율도 되지 않은 낡은 피아노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베스에게 피아노 선물이 생긴다. 에이미는 한창 학교에서 유행하는 라임을 메그 언니가 주는 돈으로 사게 되어 의기양양해진다. 지금까지 베스를 놀리고 무시하던 친구들도 온통 에이미에게 관심을 쏟는데, 당했던 설움을 베스는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지나친 자만심은 복수심에 불탄 친구에 의해 추락하는데... 제니가 선생님께 고자질한 바람에 아까운 라임을 창밖으로 버려야 했고 교단에 서서 벌을 받게 된다. 집에 와서 언니들에게 분노를 하소연하는 장면 또한 웃음 없이는 읽을 수 없다. 에이미는 조,메그 언니들이 자기를 떼놓고 비밀스럽게 외출하는 것에 화가 나서 조가 쓰던 원고 책을 불태워버리는 만행(?)을 벌이는 바람에 갈등 상황이 생긴다. 화가 나면 그 사람이 가장 아끼는 것을 공격하게 마련인가. 그래도 그렇지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어 웃겼다. 로리와 조가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데 에이미는 또 졸졸 따라 나갔다가 얕은 얼음물에 빠지고 만다. 이 사건으로 조는 자신의 못된 성질머리를 고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울면서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에이미와도 화해하게 된다. 또 메그는 애니 모팻의 초대로 여행을 떠났다가 상처를 받고 와서 화려하지 않아도 엄마와 동생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전보를 받고 어머니가 안 계신 사이에 성홍열에 걸린 베스가 사경을 헤매는 안타까운 사건이 생기기도 한다. 또 로리의 가정교사인 브룩 선생이 메그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로리의 장난편지가 메그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언니를 빼앗길 것 같은 불안함에 브룩 선생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하는 조의 마음을 엿보는 것도 참 귀여웠다. 부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마치 할머니를 노여움에 빠뜨리면서도 사랑하는 남자를 선택한 메그의 용기도 놀라웠다. 화려한 것을 꿈꾸던 메그의 성숙한 마음을 엿보았다고 할까. 결국 사랑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욱 소중한 가족과 이웃이라는 것을 느낀다

……

좋은 친구였던 로리와 조는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조는 어엿한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진다...

 

  한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가족에게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 갈등하다가도 화해를 하고 새로운 친구와 환경을 경험하고 나서 가난하지만 집이 좋고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마음의 변화에는 어머니의 교훈적인 훈화가 많이 작용하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다. 착하게 살자는 교훈적인 내용이 많이 강조된 듯한 이 이야기가 엄청난 시대의 변화를 겪은 지금 얼마나 공감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혼자가 많아지는 이 시대에 올망졸망 함께 자랐던 어린 시절의 형제자매를 떠올리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로런스가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정을 나누는 모습도 이웃과 소원한 채 살아가는 요즘이어서 그런지 정답고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제 영화로 그 실감나는 장면들을 보고 싶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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