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 펭귄클래식 156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피오나 스태퍼드 해설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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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이 1815년에 나왔으니 무려 이백 년이 넘은 작품이다. 19세기 초 영국인들의 일상생활을 적확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찬사와 사건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웃 사람들의 교류, 연인들의 사랑이 피어나는 무도회, 귀족 계급의 생활상, 가난한 소시민들의 지난한 삶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는 결혼과 사랑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영원히 지속되는 인류 공통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다 짧은 생을 마감한 오스틴이 어떻게 이토록 흥미로운 작품을 썼을까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에마가 다섯 살 때부터 함께 살면서 16년이나 가르침을 주고 돌보아 주었던 테일러 선생이 결혼식을 하던 날 에마는 큰 슬픔에 빠진다. 친구 같았던 선생님,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따뜻한 성품의 선생님의 부재는 허전함을 금할 수 없다. 그나마 자신이 중매해서 성사된 결혼이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딸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따뜻한 아버지가 있어서 다행이었을까. 아무리 그래도 젊은 아가씨의 얘기 상대로는 부족하다.

 

 어느 날, 하트필드에 기숙학교의 교장인 고더드 부인이 데리고 온 해리엇 스미스에게 흠뻑 빠진다. 누군가의 사생아라고도 했다. 이해력과 분별력이 좀 부족하지만 순수하고 예쁜 모습이 마음에 들어 금세 친구가 된다. 열일곱 살의 해리엇을 자주 집으로 초대하고 산책도 하며 잠시도 떨어질 수 없는 단짝이 된다. 그렇다고 테일러 선생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지만 에마는 친동생을 챙기듯이 해리엇을 보살피려 한다. 끓는 냄비처럼 갑자기 친해진 두 아가씨를 보며 나이틀리 씨는 걱정스런 마음을 웨스턴 부인(테일러 선생)에 털어놓는데... 이 둘은 끝까지 좋은 친구로 남을까. 해리엇을 불러들인 것을 에마는 후회하지 않을까.

 

 해리엇은 농부인 마틴의 가족과 친하게 지내다가 급기야는 마틴에게 청혼을 받는다. 에마는 두근두근 들떠있는 해리엇을 조종하여 그 청혼을 거절하게 한다. 훌륭한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너의 모든 것을 향상시켜 줄 테니. 부유한데다 친절한 엘턴 목사에게 적격자라며 다리를 놓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이 어찌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통찰력 깊은 나이틀리 씨는 엘턴이 매우 잘 생기고 인기가 많은 사람이지만 행동은 무척 타산적인 사람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반대하지만 에마는 밀어붙인다.

 

 결국 뜻대로 되지 않고 엉뚱하게도 엘턴은 에마에게 격렬한 사랑 고백을 하여 당황하게 하는데... 해리엇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고 에마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깊이 뉘우치게 된다.

 

 

나는 사랑에 빠져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런 것은 내 방식도 아니고 내 성격에도 안 맞아.

앞으로도 그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아.”

-본문 중-

 

 자신은 절대로 결혼을 안 하겠다면서 다른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는 중매가 취미라니 웃음이 난다. 결혼은 사랑하는 가족을 갈라놓기 때문에 어리석은 짓이라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걸까. 그래도 그렇지. 사랑하는 딸이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좋을 텐데. 우드하우스 씨의 마음속을 알 수가 없다. 과연 에마의 연인은 있을까. 누구일까.

 

 전에 읽었던오만과 편견이나설득에 비하면 특이한 사건도 없이 밋밋한 흐름이 계속되다가, 후반부에 이르면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여러 개의 복선을 터트리며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조합의 커플들을 만들어낸다. 깜빡 속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겠지. 물론 아무런 갈등 없는 것은 아니다. 오해나 후회를 낳기도 했던 과정이 말끔히 정리되어 당사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공감과 축복의 덕담을 듣는다. 읽는 동안 이야기에 빠져 현실을 잊게 했다. 이것이 바로 제인 오스틴의 매력이 아닐까. 깊이 간직하고 있던 마음,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꽁꽁 숨기고 있던 마음을 드디어 풀어놓는다. 만약 그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을까. 그 느낌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내가 황홀한 프로포즈를 받은 것처럼 짜릿하다! 공포소설도 아닌데 심장이 쫄깃하다. 이쯤 해서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려 한다. 직접 읽어보시면서 만끽하시길!

 

             퍼온 사진: 제인 오스틴이 글을 썼다는 테이블(제인 오스틴 하우스 소재)

 

 아버지 죽음으로 형편이 곤란해져 지인의 집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그녀. 어느 책에선가는 작은 상을 펴놓고 글을 썼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리고 있는 작가가 그렇게 소박한 공간에서 글을 썼다니. 평생을 독신으로 외롭게 살았지만 작품 속에서나마 자신이 꿈꾸던 사랑을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았을까. 외롭고 힘든 삶을 견뎌냈을 텐데도 이야기는 유쾌하고 위트가 넘친다. 부유하고 안정된 생활 속에서도 항상 걱정을 달고 사는 에마의 아빠 우드하우스, 예절바른 신사, 에마의 형부 나이틀리, 젊은 연인들, 수다쟁이 베이츠 부인 등 등장인물들이 금방이라도 톡 튀어나올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웃 사람들을 사랑하고 삶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있었기에 오래도록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남기지 않았을까. 고로 여전히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사랑받아 마땅하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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