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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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를 한 편씩 필사하고 해석을 하며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책 검색을 하다가 어떤 책 목차에서 일흔에 번역가가 된다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집에 와서 보니 바로 그 책이었다.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선 책 제목에 무한한 공감을 하게 된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삶에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다보고 그 과정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었다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작가라면 작가대로 글을 쓰겠지만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치유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성장의 인생을 글쓰기의 과정에서 이루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누가 아는가. 그러다가 어느 날 작가가 될지도.


 저자 김애리는 이미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천 백여 권의 책을 읽는 과정에서 스물 다섯 살에 첫 책을 냈고 이 책이 열권 째 책이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을 텐데. 요즘은 작가가 아니라도 책을 내는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도 마음의 열정은 있는데 실천하려는 행동의 열정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러 권의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는데도 그다지 삶의 변화는 없다.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섯 가지 방법의 글쓰기를 알려준다.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예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 백일장에 나가 수상한 적도 있고 문인협회의 초대장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더 나아가는 일에는 왠지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언젠가는 꼭, 꼭 하고 있지만 아직도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책을 읽으면서 이제부터는,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겠다는 마음을 품으며 기대와 설렘, 부러운 마음을 잔뜩 안고 읽어나갔다. 각 장의 이야기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훌륭한 조언 일색이었지만,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 위주로 리뷰로 남길까 한다.


1. 성장의 글쓰기

‘3년의 힘을 믿는다는 저자는 중국어를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서 그 실력으로 강의하고, 번역하고 통역도 한단다. 1만 시간의 법칙이 그 동안 많이 회자되었다. 하루 세 시간으로 10년의 기간이다. 어쩌면 10년의 기간은 처음의 결심이 헤이지기 쉬운 긴 시간이다. 그에 비해 3년은 좀 더 집중하여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3년을 집중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삶을 보면 정답이 나온다.


 그래도 3년의 시간, 1000일로 무언가에 집중하여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도전해 봄직 하지 않겠는가. 하루를 바꾸는 모닝 라이팅도 실천할 만하겠다. 오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서너 개씩 기록하고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나의 하루, 한 주, 일 년의 노력의 과정을 기록하는 성장일기를 1년만 꾸준히 할 수 있다면 100권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기부여를 위해 읽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면 한 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마음이 뜨거워진다. 실행이 답이라는 말을 알지만 어느새 마음이 식어간다. 짧게라도 성장일기를 꾸준히 쓰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목표에 도달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공감하게 된다.


2. 치유의 글쓰기

 

 자신에 대해서 백 프로 만족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경제적 능력, 사회적 위치, 신체조건 등등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비교되고 비교당하는 시대다. 사생활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절을 살고 있다. 관계 속에서 받는 마음의 상처는 응어리가 되어 켜켜이 쌓여간다.


 저자는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치유의 도구라고 말한다. 치열한 20대의 청춘을 글쓰기로 버텼다는 저자가 힘든 시절을 잘 인내하고 좋은 삶을 가꾸었구나 싶어 감동스러웠다. 아팠던 과거를 치유하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글쓰기가 인생을 바꾼다는 말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캐슬린 애덤스의 저널치료 Journal to the self의 일부분을 인용한 문장이 있는데 이만큼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꼭 집어 설명한 것이 있을까 싶다. 바로 이천원 짜리 치료사라고.


나는 거의 30년 동안 동일한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치료사는 하루 24시간 언제라도 내가 이용할 수 있으며, 30년 동안 휴가를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내 치료사에게 무슨 이야기든 다 할 수 있다. 나의 치료사는 나의 가장 악하고 어두운 면에 대해서, 나의 가장 기괴한 상상에 대해서, 나의 가장 소중한 꿈에 대해서 조용하게 들어준다. 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할 수 있다. , 소리치거나 훌쩍거리거나, 몸부림을 치거나 통곡하거나, 격분하거나, 크게 기뻐하거나, 거품을 물고 화를 내거나, 축하하거나 어떻게 말해도 된다. 이쯤 되면 당신은 이 치료사와 상담하려면 돈이 무척 많이 들겠지요?’라고 생각할 것이다. 천만에, 나의 치료사는 돈을 받지 않는다. 이 치료사는 어느 나라의 어는 도시에서든지 단돈 이 천 원이면 살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스프링노트에 적은 나의 저널(일기)이다.”(P89~90)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썼던 나는 글쓰기가 주는 치유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육아일기나 일상의 일기를 꾸준히 써왔었는데 지금은 예전만큼 자주는 못쓰고 있다.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부딪히고 상처받은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할때  글로 쓰기 시작하면 어느새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금은 노트보다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마음에 들지 않을때 수정하고 덧붙이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글쓰기 방법으로 의식흐름기법(stream of consciousness writing)’을 소개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들이 그러한 방법으로 쓰인 책이라 어려웠는데. 물처럼 흘러가는 생각, 심상, 회상, 기억, 감정 등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을 서술하면 된단다. 이런 방법의 글쓰기를 해보면 그런 작품을 읽기가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발명해야 한다. 내가 평생 데리고 살 것은 결국 . 일생의 동반자는 어쨌든 . 우리는 사는 내내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발견하며 나아가야 한다.’(P109)


중요한 건 . 소중한 를 제대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야말로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3. 실천의 글쓰기

 이 장에서는 SNS운영이나 여행지에서 쓰는 글의 좋은 점, 교환노트, 내 책 쓰기를 위한 52의 방법을 알려준다. 난 여행지에서는 거의 사진만 찍고 수첩에 짧게 메모하는 형식만 활용했는데 나중에 활용해 보고 싶다. 현지인과의 대화나 현지에서 보고 느낀 감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나지 않아서 한참을 생각해야 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무엇보다도 매일 15분으로 글쓰기 습관을 만들라는 조언이 마음에 다가왔다. 그저 일상의 나열보다는 주제를 정해보는 것도 좋고 감사일기 등도 활용하라고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계속했을 때 효과는 실로 대단할 것이다. 작심삼일로 그치지 말고 그 작심삼일이라도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조금씩 변화해가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4. 버티는 글쓰기

 등단 20, 30년이라는 작가의 프로필은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한 커리어다. 보통의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그만큼 한 것보다는 작가로서 그 세월을 어떻게 보냈을까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은 과정일 것이다. 시키는 일을 주어진 시간에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편안하지 않을까. 회사원처럼 규칙적으로 활동하며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이루었을 결과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 영감보다 중요한 것으로 체력을 꼽는다.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다른 책에서도 보았다. 오래 앉아 글을 쓰는 힘은 체력에서 나오며 작가로 살고 싶은 사람은 자신에게 좋은 것을 먹이라고 했다. 먹는 것도 그렇지만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라톤을 하는 것은 이제 유명한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도 건강관리를 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영을 했다고 한다. 날마다 체조를 하고 여름에는 몰다우 강을 1,600m씩 헤엄을 쳤다고. 레이먼드 챈들러는 공무원이었고, 윌리엄 포크너는 우체국장이었다는.


쓰고 싶다면 끝까지 버텨라!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다.”


 간호사에서 작가의 인생을 살고 있는 소설가 정유정의 말이다. 어디 글을 쓰는 것뿐이겠는가. 공부가 그렇고 인생이 그럴 것이다. 버텨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겠지. 버티는 과정에서 뒤섞여있던 자신의 삶이 제자리를 찾아 질서정연하게 바뀌어가는 것, 최소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5.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

 드디어 나왔다. 내가 궁금했던 일흔에 번역가가 되었다는 김욱 할아버지는 현재 85, 어느덧 15년 경력의 베테랑 번역가가 되었다니 경이롭고 그저 놀랄 뿐이다. 백세 시대에 딱 어울리는 감동적인 성공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72세에 처음 한글을 배우고 시인이 된 할머니, 친아버지에게 9년간 성폭행 피해자로 살다가 자신의 아픔을 글로 알리고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은수연 씨의 이야기 등 평범한 사람의 글쓰기로 변화된 삶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을 구원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가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자기계발이라고 확신하는 저자는 그에 대한 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각 장의 끝에는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글쓰기의 주제나 항목 등 저자가 활용해 본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글쓰기는 오로지 글쓰기로만 배울 수 있다고 글쓰기 관련 책의 저자들은 한결같은 말을 한다. 쓰고 싶지만 게을러지고 자꾸만 헤이해지는 마음을 다잡아 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도 좀 바뀌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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