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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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과학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언락(UNLOCK)이라는 제목에 이야기의 핵심을 담아 놓은 듯하다. 부정적인 생각,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신감을 갖고 행동하라는 메시지가 전해져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는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마인드셋 연구로 기존의 학습이론을 180도 뒤집은 교육학자, 교육학계의 마리 퀴리로 불리며, BBC가 발표한 교육계를 뒤흔든 교육자 8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스탠퍼드 수학공부법을 비롯하여 10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뇌 과학자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학습에 관한 비밀을 알려준다. 다양한 연령대와 6개국에 달하는 62명의 심층 인터뷰의 풍부한 사례는 현장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또 뇌 과학과 교육학을 접목한  최신 연구 결과와 인간의 모든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여섯 가지 법칙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1. 타고난 재능을 믿지 마라

누구든 자신이 어떤 것에 '타고난 재능' 이 있다는 말은 듣고 싶어하는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것을 믿지 말라니. 막상 '재능을 타고 아이'라는 딱지가 붙은 사람은 재능이 없음을 들킬까봐 힘들어 하거나,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믿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흥미로운 폐해가 있었다.

 

무언가를 학습할 때마다 우리 뇌의 신경 경로는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강화된다. 신경 경로끼리는 서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P27)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 마이클 머제니치(Michael Merzenich)1970년대에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원숭이 뇌 마인드맵을 그리는데 성공하고, 원숭이의 뇌는 바뀔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그때까지도 뇌가 고정적이라는 믿음에 확고부동했던 과학자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으며 격렬한 반발을 일으키게 된다. 동물에 대한 실험에서 뇌의 유연성을 입증한 연구진은 런던의 영업용 택시 블랙캡(black cabs)’ 기사 지원자의 뇌가 훈련받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한다. 피험자 모두 성인이었음에도 뇌가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고 공간적, 수학적 사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부위가 성장했음을 확인한다. 이 블랙캡 기사가 은퇴하자 해마가 다시 줄어들었는데, 이것은 노화가 아니고 뇌 사용이 줄어서 생긴 변화라는 것이 밝혀지고 과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어 희귀병을 앓던 아홉 살 소녀가 왼쪽 뇌의 절반을 완전히 제가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예상과 달리 운동 능력은 정상적으로 나타난 것에 깜짝 놀라게 된다. 신체 운동을 관장하는 영역을 잃었지만 우반구에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에 갇혀있는 예로는 오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우열반을 구분하는 일 것이다. 수준별 수업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들에 의하면 수준별 수업을 채택한 학교가 그렇지 않은 학교보다 학생들의 점수가 평균적으로 낮았다는 사례가 나온다. 우열반을 가른다는 자체가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편의를 위한, 수업을 받는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심어주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가 유연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학습 기회를 제한하는 이런 관행은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은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반증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대니얼 코일(Daniel coyle)과 안데르스 에릭슨은 천재로 불리는 사람(아인슈타인, 모차르트, 뉴턴 등)태어나지 않으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노력의 결과가 성공으로 귀결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재능은 잘못된 판단으로 각종 편견을 낳는데도 일조하고 있었다. 일부의 사람에게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편견을 없앤다면 누구나 노력으로 놀라운 성취를 이룰 수 있으며 여성과 유색 인종을 향한 편견도 사라질 거라고 설파한다.

 

 

2. 실패를 사랑하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하는가. 학생들은 정답을 찾기 위해 힘쓰고 직장인들은 완벽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흔히 실수와 실패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인드셋 연구 분야의 캐럴 드웩은 사람이 실패하거나 틀릴 때 뇌의 반응과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을 지니고 있을 때 뇌가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연구한 결과, 피험자가 문제를 맞혔을 때보다 틀렸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되면서 강화되고 성장이 촉진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남들 앞에서 틀리지 않고 실수 없이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진땀을 흘린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쩔쩔매고 실수하는 것이야말로 뇌가 성장하는 최고의 순간이라니, 정말 흥미롭다. 이제는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차분하게 들여다봐야겠다.

 

3.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어라

  오래 전 뇌 과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는 것 뿐 만 아니라 뇌가 활성화된다는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람이 느끼는 온갖 감정이 사람의 몸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생각을 바꾸면 신체와 뇌도 함께 바뀐다.(P105)

 

  여섯 가지 법칙 중에서도 이 세 번째 이야기는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믿음의 방향을 바꾸면 뇌와 신체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의 앨리아 크럼(Alia Crum)과 옥타비아 자르트(Octavia Zahrt)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61141명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결과로 보여준다. 단순히 생각만으로 자신의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제로 더 건강하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게다가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믿는 사람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비해 사망 확률이 71퍼센트나 높았다고 한다. 흔히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생각의 방향만 바꾸어도 신체가 달라지고 뇌 기능까지 변화시키는 걸 보면 인체는 신비스런 존재라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이타적인 사람들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고정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은 쉽게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에 비해 부정적이고 수치심을 더 많이 느끼고 자기가 상대하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여기며 증오한다는 것이다. 23천만 명의 학생이 듣는다는 스탠퍼드대학교 산하 온라인 학습 사이트 유큐브드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저자는 이 매체에서 타고난 재능을 지녔다는 평가가 학생에게 얼마나 해로운지 알려주는 영화로 제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타고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최상위 성적을 낼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소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등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잘못된 믿음은 비생산적인 비교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한계 제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첫 번째 단계는 뇌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바뀐다는 사실과 우리 뇌는 놀랄만한 적응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4. 다양한 방법의 솔루션을 찾아라

다차원적인 접근법으로 다양한 발상을 할 때 비로소 신경 경로가 최적화되어 학습 능력이 향상한다.(P133)

 

  이제 우리는 타고난 재능이 다가 아니고 뇌는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성장 마인드셋으로 나아가면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한계 제로의 인생을 살려면 앞의 것과 더불어 다양한 학습과 여러 생각과 상호 작용하는 법칙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의 정답을 고르는데 익숙한 전통적인 교육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성장 마인드셋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예전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동안 교육이론서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손으로 악기를 다루는 것을 훈련하면 뇌가 발달한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여기서도 악기 연주와 수학 성취도 사이의 상관성을 보여주는데 악기 연주자의 수학 점수가 높은 것은 손가락 인지 능력을 개발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의 천재들을 다시 떠올리자면,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등은 그들이 이룬 위대한 업적이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집중했던 힘겨운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평범한 대다수의 우리를 고무시킨다. 아직까지 무언가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절실함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다차원적인 접근 방식의 중요성은 수학만이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문제로 응용해서 풀이한다면 그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사고하는 방법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학습에서만이 아니라 삶에서도 다차원적인 접근법으로 대처 한다면 어떤 장애물과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대안이 될 전략을 찾는 것이 한층 수월하지 않을까.

 

5.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마라

생각의 속도는 능력의 척도가 아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어떤 문제나 인생을 대할 때 학습 능력은 빠르게 성장한다.(P170)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과목에서 특히 수학은 속도가 중요하다고 인식되어 있다. 아이들이 학습지를 풀 때 시간을 재던 교사들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해결하기 위해 온통 집중할 때는 우리는 압박감을 느낀다. 신경 과학자 시안 베일록(Sian Beilock)의 연구는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무언가를 계산할 때 작업 기억(working mermory)' 과정을 거치는데 뇌의 특정 영역이 작동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일 때 작업 기억이 방해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수학자들이 수학을 얼마나 느리게 다루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밝힌 사례를 보면 빠르거나 느린 것은 지능 수준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교육 현장에서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이런 사실을 먼저 인식하여 학생들에게 일깨워주어야 할 것이다. 또 반복 학습이 어떻게 창의력을 죽이는지, 숫자의 개념을 이해시킬 때도 다양한 시각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문제 풀이 과정을 거칠 때 숫자 감각이 유연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숫자를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하며, 개방적이고 다차원적인 방식으로 수학을 다루게 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갈 때도 중요한 지침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지식을 쌓은 사람보다는 유연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높은 성취를 이루고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사례를 종종 접한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은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생각하는 사람, 상자 안이 아닌 상자 바깥에서 생각하는 사람이다.’(P202)

 

6.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연결하라.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법칙은 모든 한계를 없애주는 협력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뇌의 유연성과 성장

분투의 과정과 실패가 우리 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믿음과 마인드셋

뇌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다차원적인 문제 접근법

유연한 사고 (P207)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법칙은 위의 생각을 기초로 하고 협력의 힘과 만나 시너지 작용을 하며 이전과 다른 인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 외에도 일상생활의 문제 해결해야 할 상황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다가 실마리를 찾고 해결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 텍사스대학교의 미적분 강의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보과 중국계 미국인 학생의 연구 사례가 흥미로웠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은 혼자 문제를 풀며 끙끙대다가 포기해버렸고, 중국계 미국인 학생은 다른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며 공부한 결과 낙제를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신경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과 협력할 때 내측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과 전두두정망(frontoparietal network)이 활성화되는데, 후자는 적절한 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신경 과학자들은 이 뇌의 영역을 사회적 뇌(social brain)’라고 부른다. 이 협력의 힘은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을 믿고 다른 사람과 협력을 통해서 함께 성장한 좋은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 수없이 들었던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 수 있다거나 올라가지 못 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것에 반대 의견을 말하거나 반발심을 갖지 않고 당연시 여겼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의 학습 환경은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지 훈련과 노력에 의해서 성취할 수 있다는 것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저자는 주로 수학과목에 초점을 맞추어 여러 해 동안의 연구 사례를 보여주는데, 이 여섯 가지 법칙은 수학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학습과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음을 밝힌다. 특정 과목을 좋아하다보면 그 수업시간과 선생님까지도 좋아하던 학창시절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 수학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숫자와 마주하면 뇌에서는 공포를 느끼는 영역이 활성화되고 그 순간부터 뇌가 훼손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니 개인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하며 불안감을 유도하는 교육을 지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피땀 흘려 연구한 결과물을 동료 교수들에게 중상모략을 당하며 곤경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맞서 싸워 극복했다. 그의 업적을 시기하며 여성은 STEM 분야에 적합하지 않다는 일종의 성차별이 만연한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도 세상 도처에는 이러한 공공연한 성차별이 난무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잠재력을 해방시키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끈질기게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잘못된 믿음을 몰아내고 모든 작업능률을 향상시켜 이전과 다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앤절라 더크워스가 창안한 개념인 그릿(grit)’의 한계점을 넘어선 한계 제로 마인드셋은 자유로운 정신과 육체, 그리고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의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인생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교육현장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과 모든 학습자가 읽고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접목하여 성장하는 삶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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