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전술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이영남 옮김 / 인간사랑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전쟁은 정치적인 상황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또는 적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필요성에 따라 군대라는 조직은 유지되고, 변화무쌍한 상황마다 그에 맞는 전술이 필요하다. 오합지졸인 군대보다 모든 것이 정예화 되어 있고 군인들의 사기가 충천한, 준비된 군대라면 승리를 예측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전술에는 많은 것이 포함된다. 군인의 선발부터 대우문제, 무기, 훈련, 보병과 기병 등 군인의 역할과 전투대형 등 조직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지휘관의 자세라든가 세부사항에 대한 것을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전술론>은 2011년 처음으로 초판이 출간되고, 이번에는 도서출판 인간사랑의 요청에 의해 기존의 번역 내용을 좀 더 다듬어서 각종 시각 자료를 첨부하여 읽기 쉽도록 재작업을 했다 한다.


 전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영원한 고전 <삼국지>나 전쟁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조금씩 접했음을 알게 된다. 예전에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 <주몽>이나 <대조영>등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주로 적군과 아군이 싸우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여기서도 무슨무슨 진법이나 기술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매복술로 적군을 사지에 몰아넣어 통쾌하게 이기는 장면은 얼마나 마음을 후련하게 하는지. 여자들에게 재미없는 이야기는 군대 이야기, 그보다 더 한 것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들을 둔 부모입장이라면 농담거리로 지나칠 여지가 없다.


 이 책은 파브리지오 콜론나 경을 비롯한 피렌체 지성인들이 코시모의 정원에서 주고받은 대화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마키아벨리가 책으로 엮은 것이다. 토론자들의 해박하고 방대한 군사지식과 전쟁사의 예가 막힘없이 술술 논의되는 장면은 참 놀랍다.


 1장과 2장은 시민군에 대한 고찰과 무기, 훈련, 전술을 담고 있다. 그 당시 군인은 시민군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시에는 군인으로 충성을 다하고, 평화시에는 원래의 직업으로 복귀하도록 제도화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적군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군사를 키웠지만, 그 군인들이 로마인에게 위협을 가하고 원로원이나 로마제국에게도 유해한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많은 황제가 그들에게 살해당하거나 황제를 선임하고 추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하니 아이러니다. 직업군인의 단점을 예로 든다. 전쟁을 계속해야 하고 계속 월급을 지불해야 하며, 왕국을 빼앗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는 말이다.


 직업군인은 지금도 존재한다. 그들의 일부는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군과 관련된 방위산업의 비리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이십 대 초반의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지며,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만, 실상은 비리와 불이익한 처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부 정치권이나 경제계 재벌 등 높은 사람들의 자녀들은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내가 항상 생각하는 게 있는데, 남자들이 군대에서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 가장 불쌍하다. 사건, 사고 등 어떤 이유가 되었건 간에 꽃 같은 청춘을 피워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도 철원 군부대에서 K-9자주포 훈련 중 폭발사고로 군인의 사망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전술이라 함은 군대조직을 움직이는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도 귀히 여길 줄 아는 마음까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 관계자들은 모든 일에 만전을 기하여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으면 좋겠다.


 북한뉴스를 통해 군인들의 사열 행진을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훈련과 연습을 해서 그렇게 자로 잰 것 같은 광경을 연출하는 것일까. 자신들의 이익과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국제세계의 맹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모한 행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8월 위기설이다 해서 불안하고 시끄러운 상황이다.


 오백년 전에 쓰인 이 전술의 내용이 오늘의 군대에 얼마나 적용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는 최첨단 무기로 중무장한 시대이고, 과거에는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정복 전쟁이었지만, 지금은 종교의 이념을 비롯한 기타 이유로 변질된 지 오래다. 하지만, 수 천 년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계속 이어져 내려온 군대라는 조직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그 기본적인 사항이나 정신은 배울 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휘관의 자세라든가 부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독려하는 방법 등은 지금도 유효하리라 생각된다. 마키아벨리도 <로마사 논고>에서 “용기와 준비는 운명을 극복한다.”고 했듯이 조직이든 개인이든 미리 준비하고 나아가는 자는 누구보다 유리하다고 하겠다. 군대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어쩌면 작은 계획의 설계와 점검을 시작으로 실행을 규칙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인간의 삶과 유사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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