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공적 연금 - 고용 불안 시대의 노후 대비와 우리 세대의 과제
오건호 지음 / 책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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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1년부터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에서 사회복지 영역을 담당했고, 사회공공연구소,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금, 재정 분야를 연구했다. 2010년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시민 복지에 나섰고 2012년부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사회연대 임금인가>,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 등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내가 낸 국민연금을 과연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논란이 되어왔던 것 중에서 ‘기금고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국민연금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연금 논의의 지평을 국민연금에서 공적 연금으로 확장하는 일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공적 연금은 노후 생활을 지탱하는 현금 소득이다.’(p14)

 

현재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공적 연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다.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이 도입 되었고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금액도 2배로 올랐다“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기초연금법 제1조 목적) 한다는 보편주의 원리를 적용한다.

 

기초연금의 강점

1. 기초연금은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해소한다. 기여여부에 관계없이 사회수당 형식으로 지급되므로 소득 재분배, 노인 빈곤율 개선의 효과가 크다.

2. 미래 재정의 부담을 연도별로 늘려가는 재정 연착륙 구조의 제도이다.

3. 적립 기금 문제를 지니지 않는다. 따라서 거대 기금 운용에 따른 위험도 피할 수 있다.

 

기초연금의 네 가지 불편한 진실

1. 줬다 뺏는 기초연금

현재 기초생활수급 노인 약 40만 명은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지급받고, 다음 달 20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 당한다.

2. 기초연금액의 물가 연동 조정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수급액은 올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초노령연금때 보다 예상액이 적어진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대한 공약 위반이기도 하다.

3. 국민연금 연계 감액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가입 기간과 연계해 감액된다. 오래 가입할수록 감액 폭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온전한 기초연금이 아닌 것이다.

 

 

 

 

위 사진의 ‘통합 운영’이 ‘연계 감액’의 의미라는 어이없는 변명이다.

 

※ 이와 관련하여 2013년 9월 저자를 포함한 복지 단체 대표 4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기초연금 공약에 대한 ‘사기죄’와 ‘허위 사실 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기각되었다. “공약은 장래에 대한 의사 표시 혹은 계획으로 과거와 현재의 사실 관계에 대한 진술이라고 볼 수 없어”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각 이유라고 한다.

4. 지자체에 대한 기초연금 재정 압박

박근혜 후보는 복지의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며 지자체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천은 없었다.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2배가 올랐지만 국고 보조율은 변화가 없었다. 이는 고스란히 지자체의 예산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고령화에 따라 수급자가 자연히 증가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공적 연금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의 개혁을 우선순위에 두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해야 한다.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이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기초연금의 물가 연동을 소득 연동으로 되돌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국민연금과 연계한 감액 조치도 중단되어야 한다. 기초연금의 도입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연금이다. 그리고 기초연금이 순조롭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대한 재정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만큼 중앙정부가 지출의 추가분을 책임져야 한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양한 오해들도 많았다. 받는 금액이 작아서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리가 받는 연금액은 법정 명목 급여율과 가입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명목급여율은 1988년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 매년 0.5%씩 줄어들어 현재는 46%이다. 하지만 수령액을 결정하는 데는 가입 기간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현재 28년밖에 안된 연금제도로서 수령액이 작을 수밖에 없다.

개인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유리하다는 오해도 있었다.

하지만 두 연금의 설계 원리가 전혀 다르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수급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므로 가입자간에 장수 위험을 공유하는 제도이다. 수급권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매년 물가에 따라 금액이 조정되는 점, 결코 사적 연금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 있다.

 

 

 

 

위의 세 연금을 명확하게 비교해 주는 지표는 수익비다.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1.9, 퇴직연금은 1.01, 개인연금은 1.08이다. 이는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돌려받는 금액이 크다는 의미다. 직장 가입자라면 절반을 기업이 책임지기에 본인의 보험료 대비 수익비는 거의 4배에 육박할 만큼 국민연금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보험료율은 ‘OECD연금 보고서’를 보면 주요 18개국에 비하여 상당히 낮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현재 세대가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기금 수익이 있더라도 미래 세대에 의존하는 몫은 여전히 상당하다. 이 밖에도 기금의 사회 책임 투자를 활성화, 공공투자에 적극 나설 것, 주주권의 적극적 행사, 의사 결정 구조의 민주화도 절실한 과제이다.

 

연금의 미래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출산율이 강조되기도 하는데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기금의 소진 문제는 뜨거운 논란의 한 가운데 있어서 서구의 사례처럼 ‘부과 방식’이 논의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20%가 넘는 높은 보험료의 벽이 가로막고 있다. 결국 이 방식의 전환은 현재 9%의 보험료율, 늘어나는 노인 부양비의 전망을 고려할 때 실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공적 연금 체계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법정 사적 연금인 퇴직연금이다. 개혁도 세 연금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기초연금은 OECD기준으로 볼 때 기초연금의 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한 경우이다. OECD는 사회부조 유형으로 간주한다.

 

읽는 내내 궁금했다. 왜 책 제목이 <내가 만드는 공적 연금>일까. 세금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논쟁의 대상이 된 것 같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 OECD국가에 비해 낮은 점, 그로인해 세대간의 형평성의 문제가 야기되는 점, 시간이 흐를수록 고령화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노인 부양비가 증가하는 점. 이에 저자는 기초연금 중심의 개혁의 모델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금 정치’로 인한 불신과 조세 저항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공교육 과정에 세금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고액 현금이 오가는 전문직 소득, 임대․금융 소득, 종교인 소득, 해외 자산 등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훼손된 조세의 정의를 바로잡는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보통사람 서민으로서 내가 내는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 하지만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공적 연금의 두 가지 숙제인 보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해결하는 연금개혁, 나의 자녀, 손자 세대에게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공적 연금을 논의할 때 많은 사람들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걱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우리 세대가 어떠한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공적 연금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결코 미래 세대의 손에 달려있지 않고, 현재 세대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책임을 미루지 말자고 한다. 희미하게 알고 있던 공적연금에 대한 지식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넘치는 후보들의 공약사항을 이제는 대충 넘기지는 못 할 것 같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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