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 적령기가 되면 많은 여성들의 관심은 내 반쪽 ‘백마 탄 왕자’는 어디 있을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고 꿈을 꾼다. 영화배우 같은 매력적인 외모에 지적이며 재미있고 직업도 근사한 저명한 변호사 잭은 여성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지인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친절하고 배려 넘치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동석한 여성들은 부러움과 시샘을 하기에 바빴다. 잭 엔젤은 완벽하게 ‘백마 탄 왕자’였다.


『오만과 편견』의 도입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는 말.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잭은 행복한 인생을 위해 사랑하는 반려자를 만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고 호색한도 아니다. 오로지 ‘공포에 질린 인간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기 위해’ 대상을 찾는다. 이리저리 사냥감을 찾던 잭은 야외 공원에 앉아있는 그레이스를 발견하고 자신의 목표를 위하여 온갖 감언이설로 접근하는데 성공한다.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6개월 만에 부모님을 만나 인사하고 결혼식까지 초단기로 성사되었다. 너무 친절하고 너무 잘 생긴 남자가 재력도 있어서 집을 결혼선물이라고 사 주는 남자가 접근한다면 한 번쯤은 의심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운증후군이 있는 여동생도 같이 살자는 제안에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세상에서 최고로 운이 좋은 여자라는 환상에 들떠 행복감에 젖어 아무런 의심도 없이 척척 진행된다.


 이 글은 나(화자)가 과거와 현재를 돌아다보며 사건의 추이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있다. 겉에서 드러난 평가와 안에서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이 많다. 가볍고 심한 정도의 차이로 누구나 약간의 이중성은 있다. 하지만, 안팎의 정도가 심할 때 감쪽같이 속았을 정도로 격차가 심할 때 사이코패스 성향을  의심하기도 한다. 타인의 공포로 얼룩진 얼굴을 보며 재미를 느끼다니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왕자가 사이코패스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혼여행지 태국에서, 아니 그보다 먼저 결혼식을 마친 당일 밤 부터였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그레이스는 잭이 없는 빈 방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 첫날밤을 고스란히 홀로 보내고...


“유감이지만 꿈은 끝났어”

소름이 돋는 오싹함이다. 지금까지 그레이스가 알던 잭이 아니었다. 뒤늦게 괴물과 결혼했구나, 뼈저리게 느끼지만 빠져나갈 구석이 없다. 여권, 휴대폰, 신용카드, 지갑 등을 모조리 빼앗아 감추고 돌아갈 길을 차단한다. 그때부터 아름다운 저택은 감옥이 되고, 그레이스는 포로가 되어 일상생활 일체를 감시당한다. 꼭두각시처럼 그의 지시대로 행동해야 했다. 보여주기 위해 연출사진을 찍고, 행복한 모습을 연기한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잡히고 점점 수위 높은 괴롭힘을 당한다. 거의 동물이 사육당하는 만큼 참혹할 정도다.


 게다가 놀라운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영리했던 밀리에 의해 결혼식 당일, 계단을 굴러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것은 잭이 밀었던 때문이라고 알려준다. 이 사실은 그레이스의 숨통을 조이는 것 같은 공포심으로 번지고. 야수 같은 잭은 너 그레이스가 아니라, 밀리를 도구삼아 그레이스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조급해진 그레이스는 어떻게든 그 소굴을 벗어나려고 애쓰는데...


 이럴 때는 조급함보다는 차분한 마음이 우선이다. 두려움을 눈치 채게 하는 것은 이미 지는 것이다. 포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레이스는 맞서지 않고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찾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테스트하는 잭에게 지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스릴 넘치는 치밀한 두뇌 게임이다.


 악의 끝은 없다더니, 잭의 죽음으로 그레이스와 밀리의 고통은 끝난다. 어쨌든 후련한 마무리다. 부모의 극단적인 무관심, 폭력은 잭이라는 괴물로 키웠다. 그렇다고 그러한 환경이 모두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가정환경, 부모에 대한 적개심을 함부로 발설해서는 아니 된다. 제 2의 잭이 나타나 그것을 역이용하여 범죄의 대상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문 뒤에 싸늘한 웃음을 띠고 잭이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완벽해 보이는 커플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소설 『비하인드 도어』는 B. A. 패리스의 데뷔작으로, 아마존 킨들 독립출판 후 3일 만에 10만 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판권도 계약되었을 만큼 올여름 무더위를 확 날려줄 스릴 만점의 몰입도 높은 작품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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