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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 2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멋진 외모만큼 그에 따른 인품이나 행적도 걸맞다면 얼마나 그 사람이 아름다울까. 한 사람에게 좋은 것을 다 몰아줄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모양이다. 바뀌기로 결심한 세자 원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백성의 원성을 듣는 부왕처럼 살지 않으려고 빈민가의 사람들에게 쌀죽을 제공하는 등 선행을 베풀기도 했는데, 선한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분노를 풀기 위한 건수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아직 왕의 위치는 아님에도 원성공주의 힘을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른다. 권력 앞에서는 부모자식의 관계도 결코 용납이 되지 않는다.
왕실의 여인으로 살아간다는 무엇인가. 화려함 겉모습 속에 숨어 있는 눈물과 한숨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자의 정비가 되었다고, 아이를 먼저 가졌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여인들이 세자 한 사람을 보고 왕실의 가족이 된다. 저마다 사랑을 갈망하지만, 엇비슷한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부자관계’ 자체를 증오한다는 원. 결과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없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 원에게 깊이 심겨진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무비와 방탕하게 놀아나며 국정을 돌보지 않고, 썩어빠진 관료와 환관들로 둘러싸여 있는 부왕에게 환멸을 느끼지만, 어느새 그것을 따라하고 있다. 미워하면서 닮는다더니.
‘환자가 앓은 지가 오래됐으면 의원을 바꾸어야 한다’는 송인의 뜻을 이용하여 모후의 사망을 계기로 왕좌를 차지하려 한다. 있지도 않은 역모죄를 뒤집어씌워서 피바람을 일으킨다. 우아한 미소 뒤에 숨겨진 잔혹함이 치를 떨게 한다.
무능한 왕실이 이렇게 허점을 보이는 틈바구니에서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조정에서는 얻을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노리는 자들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손아귀에 권력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최고의 권력자를 꿈꾼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한 나라의 명운이란 리더의 행보에 걸려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세자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벗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새겨져 있는 린.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질투로 인해 우정도 금이 간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어디서부터였을까. 뒤늦게 산에 대한 사랑임을 깨닫게 되는 원. 떠나고 싶다는 린의 말은 하늘이 무너지는 배신으로 여긴다. 원에 대한 린의 너무 충직한, 한편으로는 융통성이 없는 충직함에 한숨이 나온다. 충성, 신의도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한 왕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미(美)를 탐하고 그 대상을 소유하려는 검은 마음의 근원은 어디에서 나올까.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잔혹함은 그 끝이 어디일까. 소름끼치는 잔인함에 전율을 느낀다. 고혹적인 아름다운 겉모습 속에 숨겨진 야욕은 누구와도 화합할 수 없다. 모두를 파멸로 끌고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