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8 - 폭군들의 피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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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812년 일본 에도막부, 청국의 제7대 황제인 가경제의 시기와 나폴레옹이 주변국과 전쟁을 벌여 영토를 확장하던 당시의 상황이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흔히 동양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용을 등장시킨 환타지 문학이다. 역사와 환타지가 만나 어느 부분이 역사인지 픽션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흥미로운 전개에 웃음과 감탄의 연발이다. 벌써 여덟 권 째이며, <테메레르> 시리즈는 아홉 권의 완결로 구성되는 작품이라 한다.


 셀레스티얼 품종의 용을 원했던 청국 황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포튼테이트 호로 항해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난파를 당하게 된다. 좌초된 그 배에서 떨어져 나가사키의 해안을 표류하던 로렌스는 가네코 히로마사에게 구조된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친절을 베풀지만, 외부인에게 의심이 많은 그들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 가네코측은 여기에 침투한 목적이 무엇이냐며 의심하고 심문하는 사이 많은 날이 흘러간다. 하지만, 로렌스는 기억이 없다. 거대한 폭풍우를 맞은 충격의 영향으로 8년의 기억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자신 스스로도 더욱 놀란다.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테메레르는 수컷 용이며, 로렌스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윌리엄 로렌스는 원래 해군 함장이었는데, 지금은 테메레르의 비행사이다. 그런 단짝 로렌스가 실종된 것에 애석함을 금치 못하며 아픈 몸으로 로렌스를 찾으러 가려고 한다.


 한편 로렌스는 그 곳을 하루빨리 탈출하여 영국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애타는 마음만 커질 뿐 좀처럼 기회를 노릴 수가 없어 답답해한다. 특별한 죄목을 찾지 못했음에도 풀어주지 않자, 탈출을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준이치로의 도움으로  함께 탈출하는 여정에 서게 된다. 준이치로의 도움은 의외다. 가네코를 섬기면서 낯선 이방인 로렌스를 무시하며 투덜댄 점에 비하면.


 탈출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일본 강용(江龍) 기요미즈 아씨는 문학에 조예도 깊다 영국시를 듣고 싶다고 하며, 로렌스에게 요청을 한다.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들려준다. 여기 용들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의사소통은 물론 외국어도 구사한다. 기요미즈 아씨는 로렌스와 준이치로가 무사히 나가사키항으로 갈 수 있도록 등에 태우고 바다를 건넌다.


 전에 알던 무서운 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을 따르고 서로 돕는다. 기요미즈의 등을 타고 바다를 이동하는 도중에 로렌스는 놀란다. 기요미즈를 발견하고 사람들은 납작 엎드려 절을 한다.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화기애애하다. 용 비행사나 용 선장도 없이 다니는 것도 더욱 놀라워한다. 영국에서라면 길들여지지 않은 용은 성격이 흉포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의 이 광경은 정 반대의 풍경이다. 농작물에 끼어있는 차가운 서리를 입으로 물을 뿜어내어 녹여주는 기요미즈. 거대한 용을 수호신처럼 여기는 것 같다. 마을 전체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이쯤 되면 파괴하는 용이 아닌 인간을 보살펴 주는 용이다.


 테메레르는 로렌스가 꼭 살아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을까. 준이치로와 로렌스의 탈출의 과정은 만만치 않다. 목적지인 나가사키에 가까이 왔을 무렵 가네코와 아리카와 아씨와 맞닥뜨리게 된다. 분노의 설전이 한창일 때 무시무시한 크기의 용이 나타난다. 테메레르! 아픈 몸을 완전히 회복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로렌스를 구하러 날아온 것이다. 로렌스는 청국 황제의 양자이자, 왕자이고 내 비행사라며 테메레르는 호통을 친다.


 하지만, 8년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로렌스는 승무원과 공군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절친 단짝 테메레르에 대한 기억도 없다. 로렌스를 향한 테메레르의 우정, 애정은 진지해서 웃음이 날 지경이다. 청국과 영국이 동맹을 맺기 위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편 사건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영국인 로렌스. 사라진 기억의 조각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역사와 상상이 어우러진 환타지는 우리의 삶과 거리가 먼 이야기는 아니다. 그 속에도 정의와 인정이 있다. 선함과 악함이 공존한다. 번역 작품임에도 술술 읽혀지는 흥미로운 스토리의 전개는 역사와 상상 속에 풍덩 빠져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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