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여왕 1
이재익 지음 / 예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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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달콤하거나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다. 유난히 키스신이 많은 드라마가 아시아 전체에 신드롬을 일으켰고 키스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아시아 최고의 여배우 손유리와 개인자산만 1조원에 달하는 IT업계의 슈퍼 리치 이선호가, 빌게이츠가 소유한 기종과 같은 초호화 요트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들이 신혼의 첫날밤 나누는 대화가 이렇다. “밤새도록 계속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그럼 당신은 내일 아침에 시체로 발견되겠죠?” 유리의 말이다. 기상천외하다. 달콤한 신혼의 밤에 나눌 수 있는 대화인가. 무언가 일어날 조짐을 알려주는 복선인 것 같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이튿날 아침 이선호가 증발했다. 요트 여행을 떠났던 망망대해(茫茫大海)서 남편을 잃고 표류 하다가 11일 만에 고깃배에 의해 구조된다. 그리고 ‘키스의 여왕’에서 남편을 죽인 살인마 손유리, ‘암살의 여왕’으로 바뀐다. 방송과 언론은 이들의 뉴스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취재 경쟁으로 난리가 났다.



 빛나는 별에서 불행한 여자로 전락한 손유리 앞에, 첫사랑 이도준이 변호사가 되어 5년 만에 나타났다. 아주 차갑고 반듯한 남자로 변해서. 이별 선고를 받은 이도준은 독하게 공부하여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한다. 여전히 손유리를 잊지 못하고 헤어진 날짜는 도준의 집 현관의 비밀번호가 되고, 손유리와 추억이 깃든 자취시절의 방은 ‘비밀의 방’에 그대로 박제되어 있다.



 민정은 이도준의 약혼자다. K&J 로펌의 대표인 아버지를 무기삼아 이도준을 굴복시키려 한다. 민정의 남성 편력은 상대 남자를 죽음으로, 감옥으로 밀어 넣기도 했으며, 몇몇 교수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김대표는 딸의 문제를 모두 돈으로 해결했다. 이런 딸을 이도준과 결혼시키려 하는 김 대표의 도덕성 부재와 이기심. “이변이 민정이를 책임져주면 이변은 내가 책임져주지. 막대한 부와 권력... 변호사로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말일세.”(p181) 돈으로 사랑을 사고팔기도 하는 세상.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랑이 오래 가겠는가.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을 물려받을 야망을 위해 모든 수모를 견디고 있다. 그에겐 사랑보다는 야망이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첫사랑이었던 손유리에게 흔들리는 자신을 느낀다.



 그에 못지않은 야망을 가진 자가 또 하나 있다. 검사 문지환. 우리나라 최연소 검찰총장을 꿈꾸는 그다. 강력한 비주얼 외모를 가진 둘의 라이벌전을 기사로 쓰려하는 여기자 백현서. 특종 사냥을 위해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 상황은 반전하여 검찰청에 출두한 날, 손유리 대신 이도준이 외신 기자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의식을 잃은 지 보름 여 만에 ‘사자의 심장’을 가지고 깨어난다. 마음속 자아가 원하는 대로 따르기로 결심하고 민정에게 파혼을 선언한다.



 검찰측에서는 요트 안에서 발견된 루미놀 검사의 혈흔을 증거로 손유리를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한편, 이도준과 친구 k&J로펌의 차시원은 어떻게든 손유리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수집 한다. 실종된 이선호가 살아 있다는 가정 하에 전국으로 시야를 넓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영화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서울대 출신,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 비주얼한 외모, 아이돌같은 패션과 말투 등 두루 갖춘 캐릭터들의 다양한 개성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부유층의 특권을 누리는 장소나 백억이나 하는 요트 등 위압감을 느끼는 요소가 등장하지만, 사랑, 배신, 야망을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명예와 부를 꿈꾸고 성공을 위해서 달리지만, 진실한 믿음과 사랑이 없는 관계속에서  한계를 느낀다.



 이제 사랑은 없다면서 죽어라고 공부만 하다가 유능한 변호사가 되었고, K&J를 물려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그것을 원점으로 돌린 이도준. 멈출줄 모르던 맹목적인 성공과 야망을 포기하고 사랑과 행복을 선택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순리를 깨달은 때문일까. 처음 만나는 이재익 작가의 작품 , 참 재미있게 읽었다. 초호화 요트의 결혼식 장면, 바다에서 요트와 표류하는 장면, 법정의 예리하고 틈을 주지 않는 논쟁, 톡톡 튀는 대화, 긴장감과 몰입감을 주는 이 소설은 영화로 상상해 보아도 근사한 매력이 있다. 웹소설 누적 조회수 1천만이라는데, 그에 걸맞는 재미를 선사한다. 뒷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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