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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평점 :
이 이야기는 모체태아의학을 전공한 산부인과 교수 오수영 저자가 쓴 첫 책이라고 한다. 제목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현장을 지키는 의사로서 일에 대한 사랑과 사명감이 듬뿍 느껴져서 관심이 생겼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엄마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손에 잡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금세 읽어버렸다. 안타가운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세상에! 를 연발하면서 눈물이 핑 돌다가 가끔 웃음도 선사하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바쁜 병원 일정 중에도 2011년 6월부터 틈틈이 적어둔 것이 이제야 책으로 나온 것이며 산부인과 교수로서의 15년을 돌아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1부 너의 이름은 기적, 축복, 사랑
2부 가장 사랑하는 사람
3부 아주 작은 확률을 뚫고 찾아와줘서 고마워
4부 첫 숨을 듣기 위해 힘껏 달린 시간
5부 생사를 가로지르는 앎의 무게
부록 의학상식
1부에서 3부까지의 이야기는 위급한 임신부와 태아를 만나 초를 다투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펼쳐진다. 결혼 20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감동적이었다. 탯줄을 네 번이나 목에 감고도 건강하게 태어난 태아의 이야기는 기적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미력한 생명처럼 보이는 태아지만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 위급한 신호를 보내어 알리는 것 같았다.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임산부가 입원해서 태아를 제거하는 소파수술을 할까봐 마음 졸이는 인간적인 의사가 있었고, 신장 투석을 해가면서 임신을 유지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조언을 따르면서 의료진들을 감동시킨 임산부도 있었다. 그 임산부는 27주에 810g의 아이를 낳아 결국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습관성 유산으로 6년을 고생하다가 아기를 안게 된 부부의 이야기 등 뭉클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고 모성은 역시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임신 9주 2일 크기의 태아 초음파 사진이란다.
5~6주의 '배아'라고 하지만, '9~10주' 이후의 '태아'로 부른다.
4부에서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불철주야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 달려가야 하는, 임산부와 태아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사명감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산부인과 의사가 된 계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임상의학을 공부하면서 산부인과 실습을 하던 중 분만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 생명이 태어나고 대량 출혈이 분출되는 모습을 보고 역동적으로 느껴서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분만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인권침해라 하여 인턴들이 분만 과정을 한 번도 못 보고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것은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의대생이 줄어드는데 일조하게 되는 것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사의 조언보다는 역술인의 말을 믿고 좋은 ‘시(時)’를 선택해 출산하려다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하는 사례를 말하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생명을 지키는 현장에서 긴장감을 놓치 못하고 일 하는 가운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이들 덕분에
큰 힘을 얻을 듯하다. 오수영 산부인과 의사의 마음 씀을 충분히 엿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임신이라는 자체는 생리적인 현상이면서도 병리적인 현상이라고도 했다. 위험한 상황을 안고 사는 시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의사의 기록이다. 이 이야기를 쓴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의사생활 15년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예전부터 젊을 때 아기를 출산해야 아기도 건강하고 영리하게 나온다고 했고 산모의 건강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점점 임산부들의 연령이 고령화되어간다는 것이 문제다. 2012년 기준으로 미국보다 우리의 경우가 5~6세나 높다니 놀라운 일이다. 공부나 취업 준비로 늦어지는데다 안정된 기반에서 결혼하겠다는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에 고위험 임산부의 증가는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저출산 문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대두된 문제이다. 그런데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얼마나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출산정책을 위해서 국가차원에서 합리적인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산부인과 의사가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읽은 것은 아마도 처음 인 것 같다. 이제 건강한 청년이 된 두 아들을 갖고 출산했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입덧으로 약간 불편했지만 큰 고생 없이 두 아이 모두 자연분만을 했으니 행복한 임산부였다. 신생아 때는 교과서대로 하루 스무 시간이 넘도록 잘 자고 무럭무럭 자랐으니 행복한 엄마임에 틀림없었다. 아무 걱정 끼치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다, 두 아들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 가슴 벅찬 생명 탄생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친절하게 풀어주는 의학상식도 싣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토록 힘들게 역경을 뚫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그냥 던져진 게 아니었다. 이것만 알아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힘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 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출생 전후 염색체 이상을 진단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태어나 치료받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전액 기부된다고 한다.
도서출판 다른 님, 소중한 책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불철주야 애쓰시는 의료진 분들께도 무한한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오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