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미야시타 나츠는 <양과 강철의 숲>으로 만난 적이 있다. 그 작품의 잔잔한 감동과 좋은 기억 덕분에 이 책을 무척 읽고 싶었다. 그 작품은 소설이고 감성적인 느낌이 많았다면 이 작품은 에세이 이며 담담하고 활달한 문체라고 할까. 편리한 도시 생활에 젖어 살던 사람들이 문명의 이기를 많이 포기해야 하는 산촌에서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 곳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일단 해 보자는 도전으로 똘똘 뭉쳐 있지 않으면. 가족 단위보다는 혼자가 더 수월하겠지만, 이 작품은 가족끼리 함께 한 1년의 산촌 일기다.


 서점까지 60킬로미터, 마트까지 37킬로미터, 휴대전화는 3개 통신사 모두 불통, 텔레비전은 난시청 지역이다. 홋카이도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던 남편의 제안과 의외로 쉽게 세 아이들이 찬성하면서 다이세쓰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도무라우시로 이사를 간다. 그 곳에서 경험한 일들을 계절에 따라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게 되면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산촌유학생용으로 살 수 있는 집이 마련되어 있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간 집이다. 미야시타의 가족이 살게 된 집은 예전에 진료소였다가 장례식장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딸이 갑자기 무서움을 타는 바람에 화장실이나 욕실을 사용할 때는 노래 부르면서 지켜주는데 자신도 악몽을 꾸다가 잠을 깨기도 한다. 좀 오싹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그럭저럭 적응해 간다. 아마도 이웃의 관심과 따뜻한 정, 혼자만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 속에 놓인 환경 덕분이겠지 싶다.


 학생들이 있는 가정은 교육에 관한 것이 가장 관심사다. 이곳에서는 보통의 도시의 학교에서의 수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교복도 없고 편안한 츄리닝 차림에 시험도 숙제도 없다.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천국인가. 그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세, 네 시간을 할애하는 미술 시간, 기술이나 가정시간도 요리를 실습한다. 시간에 쫓기며 하는 암기식 공부가 아니다. 직접 만져보고 직접 만들어 본다. 낚시터에 나가 계류낚시를 하고 수영장에서 카누를 배우기도 한다. 여름 방학에는 등산을 하는데, 그 훈련을 위해 하이킹을 하고 캠프, 등산으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일련의 수업과정을 즐기는 모습이다. 성적의 경쟁에 절어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은 전혀 떠올릴 수 없다.


 9월의 가을 축제는 참 이색적이다. 작가는 포장마차를 이런 산속까지 끌고 오느냐고 걱정했는데, 각 가정에서 한 가지씩 맡아서 가게를 여는 거란다. 다코야키, 크레이프 굽기, 금붕어 낚시 등. 이웃이 모두 참여하는 이런 분위기에서 도시 학교의 삭막한 풍경이 무척 대비된다. 또 흥미로운 건 순견학습(巡見學習)이다. 차로 산 속 오지로 들어가, 그 지역을 돌며 지리와 지형을 확인하거나 지층을 조사하는 지역 풍토를 배우는 수업이란다. 이런 수업이야말로 현지에서 사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디서든 큰 곰을 마주칠 수도 있는 이런 산촌에서 말이다.

 

 어떤 곳에서 일 년을 산다는 것은 현지인에 대한 이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도시에서는 경쟁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면서 경험 할 수 없는 긴밀한 시간을 갖는다. 참관수업, 학예회, 가장행렬, 운동회 등에 모든 이웃들이 참여한다. 함께 소도구를 만들고 연습하는 과정은 평화롭게 느껴진다. 바삐 서두르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홋카이도는 정말 추운 곳으로 기억되며 눈 축제가 있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 정도였다. 가끔 일드로 보았던 눈보라 치는 장면은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읽었다. 6월이 끝날 무렵 기온이 8도 뻐꾸기가 울고, 전국이 찜통더위라고 보도하는 8월의 기온이 17, 휘파람새가 우는 장면을 보면서 딴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겨울 온천에서도 머리를 감으면 그대로 얼어붙는 만큼의 추위이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고 이웃과 관계 맺으면서 그 속에 동요되는 모습이 놀랍다. 의젓하고 활달하게 바뀌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되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정든 곳을 떠나는 장면은 짠하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벗어나서 어떻게 살아갈까, 살 수 있을까 울적해 한다. 사실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사진 한 컷 없었던 점은 좀 아쉽다. 또 하나는 자연 현상, 문화, 지역의 특색 등 테마 별로 구분하여 썼더라면 좀 더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어쨌든 보통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언제나 똑같은 쳇바퀴 같은 삶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볼 만하겠다. 각박한 도시에서 맛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대자연의 품에서 찾을 수도 있으니까. 서두르지 않는, 느긋한 여유를 온전히 누리는 시간,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삶이기도 하다.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깝다는 그 눈물겹도록 아름답다는 그 풍경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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