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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트리뷰트와 심벌로 명화의 수수께끼를 풀다
히라마쓰 히로시 지음, 이연식 옮김 / 재승출판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명화라 하면 대부분 그리스 로마 신화나 기독교의 주제를 다룬 그림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명화의 세계는 평소에 의식적으로 관심을 갖고 자주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렵게 느껴진다. 그림 속의 인물과 배경에서 무엇을 말하려 함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마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겉도는 사람들의 관계처럼 말이다. 문학작품을 접하다 보면 화가와 그의 그림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배경지식을 모르는 상태로 읽어나가는 것은 그 작품에 몰입의 여지를 빼앗기는 느낌이다. 작년 1월에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물론 주석에 설명이 나와 있지만, 상세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금세 머릿속에 새기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 작품의 저자 히라마쓰 히로시는 회화를 읽는 수사학인 어트리뷰트와 심벌을 중심으로 명화를 읽어내는 법을 알려준다. 사실 그림에 거의 문외한이라서 ‘어트리뷰트(Attribute)'와 '심벌(symbol)'을 이용하여 명화의 내용을 해석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꼭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 준다.
위의 사진처럼 네 가지 아이콘을 정해놓고 있어 그림의 정보와 해설을 매치시키며 읽으면 된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대상은 꽃, 과일, 수목, 동물, 새, 환상동물, 물건과 신체까지이다. 또한 각 장 사이사이에는 저자 나름의 도상 해석을 제시하는 칼럼이 있어서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한층 더 유용하게 느껴진다. 물론 정설은 아니니까 비판적으로 읽어주면 좋겠다는 저자의 조언이다. 어트리뷰트와 심벌은 서양 회화에 등장하며 이는 독일의 미술사가인 파노프스키가 말한 이코노그래피(도상학)의 일부라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심벌리즘은 미술 외에도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서브컬처에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여타의 책이 집합적인 어트리뷰트를 다루지 않는데 비해, 이 책은 ‘꽃’, ‘과일’ 등 유(類) 개념을 두어 집합적으로 어트리뷰트를 구성한 것도 유용하게 다가온다.
신기하게 생각된 점은 ‘귀속물’을 통해서 그림 속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방식이다. ‘귀속물’은 ‘어트리뷰트’의 의미이며 어떤 인물에게 주어진 속성과 부속물을 의미한다.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 나타내기 위해 관용적으로 그 인물과 결부되어 표현된 동식물과 사물을 말한다. 그러므로 어트리뷰트는 항상 그것이 가리키는 인물이 필요하며 심벌은 개체로서 기능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위의 사진은 예수가 세례를 받는 장면인데, 머리 위의 비둘기는 ‘성령’을 나타내는 심벌이지 예수의 어트리뷰트는 아니라는 거다. 비둘기는 ‘수태고지’와 ‘성령강림’의 장면에도 등장하는데, 이 경우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는 심벌이다.
또 한 가지만 살펴보자.
월계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고대 그리스의 제전 경기가 한창 성대할 무렵, 우승자의 명예를 나타내기 위해서 태양신을 숭배하는 아폴론의 신목(神木)인 월계수의 잎을 엮어서 만든 관을 수여한 데서 유래한다. 또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는 에로스가 아폴론을 놀려주려고 사랑에 빠지는 황금화살을 아폴론에게 쏘고, 거꾸로 사랑을 거부하게 되는 납화살을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에게 쏘는데, 붙잡히게 되자 아버지에게 자신을 월계수로 바꿔달라고 하자 변신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폴론은 시와 노래의 신이기도 하며, 시를 짓는 시합에서 승리한 이에게 월계관이 주어졌고 이런 관습 때문에 일류 시인을 계관 시인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외에도 신화와 어울어진 이야기가 풍부하다. 얕게 알고 있던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명화와 그에 얽힌 유래를 상세히 알게 되어 스토리의 세계가 확장됨을 느끼는 것도 큰 수확이며 기쁨이다.
오랜만에 풍성하게 실린 명화를 보면서 처음 접한 ‘어트리뷰트’와 ‘심벌’로 설명하는 글을 읽는 동안 조금씩 눈에 익히고 이해하게 되면서 아!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시간이었다. 초반부는 좀 어리둥절했지만, 차츰 가독성이 나아졌다고 할까.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명화를 보는 눈이 명확해지려면 아직 멀었지만, 적어도 첫걸음은 내딛었다고 자부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배경지식이 풍부하다면 더욱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껏 명화를 감상하면서 어딘가 미흡했다고 느꼈거나, 궁금한데 그것이 확실히 어떤 것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혼란했던 적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만나보면 어떨까. 서양 회화에 좀 더 선명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지침이 되리라 믿는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