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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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눈을 감지 않는 생선처럼 살아가면서 모든 순간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지은 생선으로 더 많이 불린다는 김동영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책을 지독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의 꿈을 꾸거나, 작가를 동경한다. 하지만 여러 책을 통해서 글을 쓰는 작가로 산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주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다진 사람은 온전히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아 살 수 있지만, 상위 몇 프로 외에는 다른 일까지 겸업을 해야만 겨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안다. 무엇이 된다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부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꾸준히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 어느 정도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부모님과 친지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뭔가 되라고 은근히 강요당하고 강요함으로써 우리는 첫 발걸음부터 힘겨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꾸 내일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여행 작가답게 많은 곳을 여행했다. 미국, 러시아, 아이슬란드, 독일 베를린, 태국, 프랑스 파리와 우크라이나 등 여러 나라를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반년이 걸리는 여행을 했다. 이만 하면 매여 있는 직장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살 만하다. 그의 이력을 봐도 특이하다. 보통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하면서 경력처럼 쌓아왔다. 머리를 쓰는 것보다 몸을 움직여 하는 일이 좋아서 주방 보조, 자동차 정비, 음반과 공연 기획, 밴드 매니저 등 다양한 일을 했다는데. 그래서일까, 더욱 글에서 진솔함이 느껴진다. 공황장애도 앓았고 사랑에도 좀 서툰 모습이 느껴진다. 하긴 혼자 산다고 해서 사랑에 서툴고 가정을 이루고 산다고 해서 능하다는 잣대는 없다. 살다보면 자신의 뜻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니까.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두었는가와 살아가는 환경의 여건에 따라 자신의 삶의 여정은 흘러가는 것이므로.


 여행이란 일상의 반복된 생활에서 숨통을 트이게 해 주는 활력소임에 틀림없다.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여행지에서 경험한 일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황홀한 풍경을 만난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여행길에서 몸이 아플 때도 있다. 지독한 외로움을 처절하게 느끼기도 한다. 같은 여행자로 만나서 누구보다도 그 외로움을 잘 알기에 마주치는 순간 이야기꽃을 피우며 따뜻한 동료가 되기도 한다.


 내게 여행은 떠남과 돌아옴이다. 어딘가로 떠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좋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나 자신이 좀 더 정리되고 풍부해진 기분이 든다. 더 먼 곳으로 갈수록, 더 길게 갈수록 내가 느끼는 그런 감정들도 더 크고 강해진다. 그렇게 돌아와 나의 집 현관문, 그리고 내 방문을 열었을 때 밀려오는 익숙함을 나는 진정 사랑한다. 모든 것이 내가 돌아오길 기다려준 듯한 기분이다. 이런 기분 덕분에 나는 일상의 지루한 반복과 자극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그나마 버텨낼 수 있다. 그리고 내 솔직함을 글로써 내려갈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여행 작가다.(P95)


 어떤 삶을 살 것이냐를 나름대로 정하고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결단력과 용기일지도 모른다. 보통사람에게 만족할 만큼의 돈과 시간의 여유는 평생토록 염원해도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건이 될 때 까지 기다리다가 정작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문제는 안정적인 직장, 그 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나약함이라고 생각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세월을 보내고 언제나 마음속에 미련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위대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역시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것.


 우리는 계속 떠나야 한다. 우리에게는 두 다리가 있고, 두 눈은 앞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여행을 통해 배우길 바란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우리 안에 있던 더럽혀진 마음과 필요 없는 생각을 씻어내고, 그곳에 버려두고 오길 바란다. 또 그곳에서 우리에게 결핍된 무엇인가를 슬쩍 주워 품에 담아오길 바란다. 그것을 받아들여 잘 익은 사과 알처럼 탐스럽게 살아간다면 좋겠다.

계속 꿈꾸길 바란다. 그게 하룻밤의 꿈이거나 평생 말로만 떠벌리는 꿈일지라도 우리는 꿈꿔야 한다.(P116)


 어쩌면 여행과 인생은 닮지 않았을까. 살아가고, 떠나고, 돌아온다는 것이. 붙박이 장롱처럼 항상 고정되어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집을 떠나 보아야 그 소중함을 안다고 했다. 돌아오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 떠난다는 말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올라갔다 내려오는 수고를 반복한다. 문제는 실행으로 옮기면서 능동적으로 사느냐, 용기가 없어 주저하고 체념하며 사느냐 그것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5년 후에는 낫겠지, 10년 후에는 훨씬 더 상황이 나아지리라 막연한 생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고, 10년 뒤에는 더 대범해지고 더 현명한 어른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김동영 작가의 말을 들어 보아도 변한 건 별로 없단다.


 결국은 어쩌면, 우리는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 결핍이 있어야 우리 안으로 새로운 것이 들어올 틈이 생기지 않을까?(P209) 충분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이라도 틈이 있어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야, 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어쨌든 인간이란 결코 현실에 만족할 수 없는 동물, 그래서 계속 뭔가 하려하고, 되려 하고 그런 과정에서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리라. 지금 무엇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내일이 어찌될까 불안하더라도 괜찮다.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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