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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세계적인 훌륭한 미술품 감정사로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며 코르시카 섬의 명소로 꼽히는 아작시오 미술관의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미술사학자로서 미술품 감정사와 학예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 책은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안목’을 어떻게 키웠는가의 삶의 여정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미술사학자와 음악학자, 문학사학자는 풍부한 도서자료와 방대한 이미지 저장소를 활용하는 정도로 만족하는데 비해 ‘안목가’라고 불리는 ‘미술품 감정사’는 모든 작품을 두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게다가 작품 감상을 토대로 자기 나름의 견해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미술의 세계를 탐험하는’ ‘작은 콜럼버스’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도 미(美)를 찾는 일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발 벗고 뛰어다녀야 하고 그러한 삶의 태도를 사랑하고 즐겨야 할 부류의 직업인 것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누나와 함께 프랑스 남부 니스의 해안가 지역에 살고 있는 외조부모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 증조 외할아버지는 화가 르누아르의 주치의였고, 외할아버지도 의사였다. 미(美)에 관심이 깊었고 미술관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할아버지와 전시를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어머니와 같이 지내려고 간 파리에서 명작들을 접하며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미적 안목을 키우는데 엄청난 문화적 혜택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안목이란 보고 듣는 체험을 통해서 키워지는 것이다. 흔히 어릴 적 경험이 토대가 되어 천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에 대한 내공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많은 경험과 강한 열정이 더해 질 때 훌륭한 ‘안목’이 생기는 것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줄리오 카밀로는 고대 로마의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 키케로를 열독했던 수사학자다. 그는 제자를 시켜『극장의 이데아』라는 소책자를 완성했는데, 이를 통해서 ‘기억 극장’이라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인지과학의 주요 이론인 ‘기억구조론’과 관련해 상당한 영감을 얻고 닮은 부분도 상당히 발견했다고 한다. 미술사학자의 두뇌에는 그림에 대한 기억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 정리되어 있다고 한다. 세기, 유파, 화가에 따라 또는 화가의 화풍을 시기별로 구분한다거나 하는 사고과정이 반영된 곳이 ‘사진 자료관’이라는 것이다. 놀라운 부분이다. 역시 예술가의 두뇌 회로는 일반인과 차별화된 건 아닐지.
미술품 감정을 하는 일에는 천재성은 요구되지 않는다고 한다.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미적 감각, 인내심이 우선이었다. 현장을 돌아보고 미술품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반복적인 일을 통해서 ‘보는 눈’이 키워진다고 했다. 최근에는 과학 분석도 활용하는데, 이것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한다.
미술품을 복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복원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복원으로 인해 작품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수집가의 과욕으로 인해 위조품이 활개를 치기도 한단다. 여기서 유명한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직관으로 모두 간파할 수 있다고 했다. 원작자를 판별하는 전문가라면 ‘힐끗 한번만 쳐다보고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으며, 그 다음 촉각적 요소들을 ‘직접 만져봄으로써’ 그 판단의 확실함을 증명한다고 한다.
이렇게 미술품 감정사의 시선으로 말하는 ‘안목’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세상살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 사회, 경제의 변화를 읽어내는 안목도, 인내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현실에 충실하며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림>
(브론치노, 1540~1545년, 브장송 미술관)(P21)
미술품의 위작 논란이 심심찮게 거론 되고 있다. 미술품 감정사의 고도의 안목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돈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닌, 예술품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먼저임을 말 할 것도 없다. 인간의 삶에서 자연이 없다면 건조하고 삭막한 이 세상을 어떻게 견딜까. 미술, 음악을 비롯한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예술품을 남긴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거장들의 발자취인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찾아주는 일은 후세에서 할 일이다. 이 책은 미술품 등 예술에 관심이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안목’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혀 줄 것이라 믿는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