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 똥꼬 발랄 고양이들의 인간 몰래 성장기
이용한 지음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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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10년은 여행가로 또 10년은 고양이 작가로 살아온 저자의 일곱 번째 고양이 책이다. 등장 고양이가 꽤 나오는데, 간단히 소개해 본다.

앵두는 다래나무집의 안방마님, 새침데기 공주과(科) 고양이지만 사냥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  

오디는 저자의 아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고양이. 몸에 벚꽃, 능소화 민들레 등의 이파리로 장난도 친다. 앙고는 젖소무늬에 다래나무집의 대장 고양이다. 저자의 아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단짝 고양이.

보리는 게으름의 대가이자 진정한 귀차니스트, 먼 산을 보며 명상하기 좋아함. ‘멍선생’이라는 별명이 있다. 몰라는 다래나무집의 귀염둥이, 영역 내 최고의 점프 실력을 자랑한다. 달콤이는 화합형 고양이로 모든 고양이와 잘 어울리고 점프를 즐기며, 개그묘 담당이다. 자몽은 발라당 누워서 뒹굴뒹굴하는 게 취미, 열혈 그루밍을 하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그 밖의 엑스트라 고양이가 너 댓 마리 있다.

 

 고양이를 보면 내가 학생시절이었던, 그러니까 비교적 젊으셨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셔서 “나비야” 하고 부르며 밥도 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니 아버지를 잘 따르던 그 고양이.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던 것 같다. 사람은 발이 따뜻해야 잠이 오고 고양이는 코가 따뜻해야 한다고. 어쩐지 고양이가 제 얼굴을 파묻고 자는 것을 자주 본 것 같다. 강아지나 고양이나 저 예뻐하는 것은 귀신같이 안다. 미워하면 해코지도 한다더니, 어느 여름날은 안방의 TV아래에 큰 뱀을 물어다 놓아 우리를 놀래킨 적이 있다. 밥상을 차리고 있으면 먼저 와서 시식한다고 반찬을 훔쳐 달아나고 하는 통에 혼내 주던 기억도 있다. 생선 냄새를 맡으면 사족을 못 쓰는 게 고양이다.

 

 그다지 '애묘가'가 아닌 나도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있다. 아니, 아들이 키우는 걸 허락해 준 정도라고 할까.  최근 4년전 인가. 손바닥에 위에 올려놓을 정도였으니 정말 작고 앙증맞은 고양이었다. 생후 17일 된 고양이라나. 분유를 젖병에 타서 아기 키우듯이 젖병을 물리는데, 참 귀엽기도 얼마나 웃기던지. 한 달여 키우다가 시댁쪽 친지분이 운영하는 주유소에 갖다 주었다. 아들에게는 고양이는 밖에서 자연을 접하며 커야 한다며. 나중에는 그 작은 고양이가 자라서 담장을 뛰어넘어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고양이 전문 작가답게 사진도 예술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깔깔대며 웃다 보니 벌써 에필로그가 나온다. 언어도 고양이 언어로 다듬은 재치가 묻어나서 정말 재미있다. 가령 ‘개묘차’-(사람으로 말하면 ‘개인차’) ‘인간사 야옹지마’-(인간사 새옹지마) ‘냥독대’-(장독대) 등등...

 

 고양이 책 1권을 내고 나서부터 공식 모임이나 독자들로부터 다래나무집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으며, 방송 출연 요청을 여러 번 받았는데 거절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고양이를 돌보는 당사자가(저자의 장인어른) 공개를 원치 않고, 소박한 삶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공중파 방송에 공개되고 나서 독극물로 고양이를 집단 살해한 사건, 총기 살해 등 약한 동물에 대한 비정한 사건이 빈번했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말 못하는 동물들을, 사람을 해치지 않는 고양이를 상대로 잔인한 짓을 하다니...

 

이 세상 살아 있는 생물들은

모두 온 힘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

         -후지와라 신야-

 

저 눈빛을 보라!

'당신이 건넨 사료로 하루를 삽니다.

당신이 베푼 자비로 평생을 삽니다.'(p112)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 일렬횡대로 앉히기 성공!(P287)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양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인간의 귀여움을 받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단다. 열심히 세수도 하고, 몸단장도 하고. 인간 생활에 해로운 쥐만 잡는 게 아니다. 집 안팎의 해충도 사냥하고 텃밭의 뱀도 물리친다. 체력 단련도, 무술 연마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기묘하고 절묘한 자세를 연습한다. 진짜 고양이 자세를 가르쳐 드릴게요. 슬플 땐 나를 안고 잠시 울어도 괜찮아요. 우리도 매일매일 노력한답니다. 당신이 싫어하지 않도록, 버림받지 않도록.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함께 사는 것. 있는 그대로의 고양이를 좋아해 주는 세상을 꿈꿔요. 세상에, 귀여운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애틋하고 사랑스런 그 눈빛이. 나름의 고양이 방식으로 최선을 다 했던 것이다. 아, 이렇게 할 일이 많았던 것이다. 세상의 고양이들이 인간과 더불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왔으면.

 

뒤늦게 발견한 5종 엽서 중 3장.

 

웃을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될 때, 외로울 때, 슬플 때, 든든한 친구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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