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여행의 여덟 단계 - 어느 여행가의 프랑스 허니문
비비안 스위프트 지음, 천미나 옮김 / 참좋은날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여행’이라는 말 자체만 떠올려도 마음이 설렌다. 늘 기계적으로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여행은 차를 운전하는 하는 일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운전면허증을 받고 혼자서 낯선 길을 가는 것은 무척 두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가고 싶은 곳, 가야 할 곳을 같이 가주는 든든한 발 빠른 친구가 되어 주니까 말이다. 여행도 혼자서 떠나기까지는 그런 두려운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떠나 본 사람은 금세 익숙해져서 다음은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비비안 스위프트는 30여 년간 40개국을 여행했다고 한다. 마흔 여덟 살이었던 2005년에 그녀의 새 남편과 프랑스 허니문 여행을 하고 남긴 에세이다. 그 이전의 여행의 시작은 스무 살이던 1976년 7월 12일 프랑스의 퐁토르송을 처음 방문한 것 부터였다.

 

 어쨌든 다른 여행에 관한 책에 비해 다른 느낌이다. 보통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광지, 유적지를 위주로 쭉 돌아보는 여행이 대부분 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은 시간으로 여유 있게 하는 휴양을 위한 여행이 아닌 탓이기도 하다. 시간을 쪼개어 일정을 짜다 보니 최대한 많이 보고 가려는 심리도 작용한다. 사실 여행은 고생스럽다. 전에 광고에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는 카피가 있었다. 우습기도 하지만 짧은 문장으로 이렇게 시원하게 표현한 것이 또 있을까. 현지인과 말도 잘 안 통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낯설다. 음식도 낯설고 현지에서 행동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비안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여행을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코웃음이 난다.(P106) 그녀는 30년 간 여행을 하며, 여행 가방을 싸고, 옷을 분류하고, 양말을 개는데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한 번에 한 가지씩 반복했고, 그것이 바로 여행의 비결이라고 했다. 그러니 일단 집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고생을 사서 하는 일인 셈이다. 또한 여행을 통한 삶의 탐구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여행은 그런 여행이다. 프랑스를 아주 좋아하는 저자가 프랑스 구석구석을 누빈 이야기다. 기차를 놓칠 뻔 했던 이야기, 무거운 여행 가방을 맡아주지 않아서 숨겨놓고 홀가분하게 여행하는 모험(?)도 즐긴다. 많은 여행의 체험을 하다보면 현지인들의 습성도 눈치 채기 마련이다. 팁으로 알려주는 한 가지, 프랑스인들은 외풍을 아주 싫어한단다. 그래서 기차나 버스에서 창문을 열면 무척 싫어하는데,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연다면 현지인에게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단다. 또 여유 있는 쉼을 위한 또 하나의 팁이다. 유명한 관광지와 유적지를 모두 돌아보지 않고 그냥 카페에 앉아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해서 ‘죄’가 될 것은 없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 아무래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그렇게 바삐 동분서주하겠는가 싶기도 하다.

 

 발길이 닿는 곳에 대한 역사적 사건의 설명도 압권이다. 또한 여행가, 철학가들에 대한 여행담도 빼놓을 수 없다. 삶은 긴 여행이라고 했듯이 삶과 여행은 서로 분리 하려해도 할 수 없는 밀착된 관계가 아닐지.

 생말로는 성벽과 방어시설들이 가득 찬 화강암 섬인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군을 표적으로 한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의 80퍼센트를 잃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의 횡포 아래 폐허가 되고,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야만 했다.

 

‘연애는 길 위의 여행과 같으며, 길 위의 여행은 연애와도 같다.’(P145)

 

 그렇다. 연애와 여행은 어쩌면, 같은 것이다. 이 책의 제목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보통의 여행과 다름을 제대로 이야기해 주는 문장 같다. 여행이든 연애든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구부러진 고갯길도 있고, 평탄한 직선도로도 있다. 웃음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즐거움이 있으면 고통도 있다. 그러한 굴곡의 삶에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예쁜 색채의 일러스트와 어우러진 저자의 여행기는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별 의미 없는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의 여행이 아닌 삶의 철학이 깃들어 있는 이런 여행 한 번 해보고 싶다. 특이하게 책의 앞부분에 ‘사용 설명서’가 적혀 있는데, 여행 정보서가 아니므로 호텔이나 레스토랑 목록은 없지만, ‘모험을 계획하는 데 영감을 주거나, 여행에서 경험했던 멋진 추억의 순간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집 나가면 고생이어도 좋다. 낯선 곳을 둘러보며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마음과 용기만 있으면 된다. 좀 힘든 여행일지라도 삶의 나이테가 튼튼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삶에 또 다른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 프랑스의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여행 팁이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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