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만드는 집 - 돈.건강.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공간의 비밀
신기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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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이 흘러가는 소박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무슨 좋은 일이 없을까, 하고 운에 관한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게 된다. 전에도 풍수와 인테리어 등에 관한 책이나 김승호의 사는 곳이 운명이다, 돈보다 운을 벌어라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그런 책을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좋은 운이 들어올 것 같은 마음에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해 보며 부산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그런 마음은 금세 사라지고 이전의 생활이나 습관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정리를 못해서 집안의 공간은 온갖 잡동사니로 수북이 쌓여간다. 더구나 버리는 것을 못해서 버리려고 마음먹었다가도 다시 서랍으로 들여보낸 적이 얼마나 많은지. 너나 할 것 없이 넘치는 물건들, 가구들로 인해 피로하긴 한 모양이다. 그것을 대변해 주듯이 요즘은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심플한 삶,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면서 공간의 여유를 느껴보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부러우면서도 쉽사리 따라하지 못하는 것이 미니멀리즘이 아닐까 한다.


 ‘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뭐랄까 어떤 철학이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예의(?)나 공감에 대한 철학이라고 할까. 잡다하게 이것저것을 알려주면서 이런 위치에 이것이 좋다거나 어떤 색깔이 좋다거나 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살짝 싱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예전에 일본의 유명한 풍수지리 전문가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구체적인 방향이나 어떤 물건, 색깔까지도 알려준다. 예를 들어 크리스탈 장식품을 창가에 둔다거나 화장실에서 쓰는 샴푸 등을 도자기 용기로 해서 쓰라거나 등등. 사실 세세한 것까지 따라 하려다 보면 비용이 드는 것에 예민해지기도 하고 과연 그대로 될까하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거시적인 측면으로 알려주는 운을 부르는 공간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가 좀 마음 편하게 다가왔다.


 처음 접하게 된 유령 DNA’ 라는 개념이 공간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하는데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포포닌 박사의 실험에서 나온 용어인데 진공 상태의 공간에 레이저를 비춘 결과 독특한 패턴으로 나타난 DNA 샘플의 자취가 마치 유령처럼 남아 공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느끼던 공간의 분위기쯤으로 설명되는데 섬뜩한 마음마저 생긴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짓고 분노하고 무기력한 말들을 쏟아놓는데 이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에 쌓인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이 쌓여 공간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뒤에 나오는 말이지만 이로 인해 공간의 유통기간을 줄이는 요인이 된단다.


 또 스페이스로지(Spacelogy)’ , ‘공간을 다루는 기술을 설명하면서 흔히 명당이라 불리는 배산임수(背山臨水)나 금계포란(金鷄抱卵)의 입지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한다. 이것은 명당의 자리보다는 그 공간을 다루는 사람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절대적으로 나쁜 터는 없다고 하는데, 평범한 우리 소시민들에겐 분명 희망적인 말이어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좋은 터가 아니라 그 곳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운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한 사례로 SK사옥의 경우를 든다. 신령한 거북이가 물을 마시는 형상인 영구음수형 터로 유명했다는데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여러 번의 구속과 스캔들에 휩싸이는 등 풍파가 끊이지 않았다. 아무리 명당이라도 그것을 차지하는 순간 모든 것이 좋은 일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의 좋은 본보기다. 그 공간에 맞는 행동과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땅이 좋아도 기온과 습도 다른 조건이 잘 맞아야 건강한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처럼.


 이렇게 공간을 잘 다루기만 해도 인생의 기운이 달라진단다. 얼마나 넓은가, 가격이 얼마인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 공간에 누가 사느냐’,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감정을 발산하느냐에 따라 기운을 변화시키는데, 작가는 뇌과학의 신경가소성의 개념에서 차용하여 공간가소성(Space plasticity)’이라 부른다. ,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테리어가 잘 된 물리적 공간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공간좋은 공간 에너지를 만들어가는 스페이스로지인 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집에 오면 편안함을 느낀다. 직장에서 퇴근을 하고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의 편안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온갖 슬픔과 분노를 털어놓기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좋은 운을 불러들이려면 이러한 감정을 마구 털어놓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좋지 않은 감정을 해소할 정서적 화장실을 마련하라고 한다. 그 자리에서만 걱정하고 우울한 감정을 털어놓아야 가족과의 관계도 더 나빠지지 않고 다시금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하겠다.


좋은 집보다 병든 집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


 좋지는 않아도 병든 집을 피하라고 하는데 어떤 집을 말하는 걸까. 주변과 소통이 되지 않고 밀폐된 집이 그곳에 사는 사람을 병들게 한단다. 화려한 리모델링이 마음에 들더라도 마을 주변의 집들과 달리 너무 눈에 띄거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듯한 높은 담장의 집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병든 집의 대표적인 예가 청와대라니! 미국 백악관은 관저와 집무실까지 4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데 청와대 같은 고립된 구조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소통 불능이 되기 싶고 대한민국 전체를 병들게 한 적폐의 온상이 되었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집만이 아니라 길도 명당이 되는 시대라고 한다. 경리단길, 가로수길, 망리단길처럼 길이 먼저 유명해진 다음 그 지역의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에 읽은 책에서도 집 안에만 있지 말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나가는 방법도 운을 끌어들인다는 한 방법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운이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분명 노력이 있어야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처세에 있어서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가라고 하는데 운을 부르는 방법도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공간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


 공간 에너지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한다. 푸념, 분노, 넋두리 등이 쌓이면 병든 집이 되어간다고 한다. 이럴 때는 공간의 에너지를 충전해서 유통기한 늘려야 한단다. 그 방법은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동서양의 고전이나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 혹은 성경이나 불경 같은 종교적인 책을 읽는 것도 좋다고 한다. 또는 감동시켰던 책이나 글 무엇이든 하루에 5분만이라도 일정한 공간에서 소리 내서 읽거나 외우면 그 파장이 내 몸과 집 안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고 한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다니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가족 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공간 활용법, 아이의 성적을 높일 수 있는 책장의 비밀, 11가구 시대의 공간 활용법 등 다양한 상황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대세라고 해서 너도나도 미니멀리즘을 따라하느라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활용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먼저 작은 공간, 예를 들어 냉장고 안을 정리하는 것이 운을 부르는 출발점 일 수 있다. 그래서 점차 넓은 공간을 한 눈에 들여다보고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때 돈 그릇이 커진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어디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몰라서 찾느라고 시간 낭비하고 없는 줄 알고 또 구입하는 일을 반복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운이란 요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운을 만드는 집은 생각만큼 그리 거창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해야 얻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열심히 살아간다고 생각하는데도 왠지 계속 침체된 기분이 든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겠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내가 숨쉬며 살아가는 공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꿈을 꾸는 이상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한 차원 높은 교감을 나누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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