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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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P181)


 이야기가 마지막에 이르면, ‘동물농장7계명은 위의 인용 문장처럼 하나의 계명만 남는다. ‘동물이라는 단어를 인간으로 대입하면 우리 인간 세상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어쩌면 이렇게도 완벽하게 표현했을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1984를 읽은 후 두 번째로 읽는 오웰의 작품이다. 미래사회의 디스토피아를 다루었다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노출되다시피 한 채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며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동물농장은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우화 소설로 알려져 있고 1945년 처음 출판한 당시에는 동화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읽고 나서 보니 동화로만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위기의 시대를 맞아 반드시 읽어야 할 클래식으로 출간 이후 단 한 번도 절판되지 않은 책이라는 평가가 달려 있다. 해설을 먼저 읽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읽어 나갔는데 처음엔 그다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았다. 주석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짜 맞출 수 있었고 소비에트 정치 상황과 연관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차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맨 위의 문장을 만났고 어느덧 이야기는 끝나 있었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인데 전하는 메시지는 제법 울림이 컸다. 소비에트 사회는 물론 국가라는 조직을 갖고 있는 사회라면 어디서든지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어느 날, 존스 씨가 운영하는 장원농장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메이저 영감이 동물들을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한다. 그 후 사흘이 지나 메이저 영감은 숨을 거두었고 농장에서 조금 똑똑한 동물들은 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동물들 중에서도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돼지, 스노볼, 나폴레온과 식용돼지 중 가장 이름난 스퀼러가 중심이 되어 메이저 영감의 교훈을 하나의 사상체계로 다듬어 동물주의라 이름 붙인다. 그들 세계에도 다양한 생각을 하는 동물이 있었다. 존스 씨가 없으면 굶어죽게 되니까 충성을 다하는 것이 자신들의 도리라고 말하는 자도 있고, 만약 반란이 일어난다면 그것을 위해 지금 노력하든 노력하지 않든 무슨 상관이냐는 동물, 반란 후에도 설탕이 있는 거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암말 몰리까지. 마치 변화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 뭔가 바뀌기를 원하지만 선뜻 나서기는 두려운 사람, 혁명 후에도 기존에 누리던 것은 가질 수 있는지 저울질 하는 등 인간 세상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던 6월 어느 날, 술집에서 곤드레만드레가 된 존스 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고, 동물들에게 밥을 주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일꾼들에게 방치된 굶주린 동물들은 폭발하며 반란이 시작된다. 채찍으로 맞으면서도 순종했던 동물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어안이 벙벙해진 주인은 두려움에 떨다 도망을 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개구리를 밟아 죽게 한 것처럼 어이없이 반란에 성공하고 장원농장은 동물들의 소유가 된다. 그동안 받은 핍박의 흔적을 씻어 버리기라도 하듯이 그들을 억압하던 코뚜레며 사슬, 굴레 등을 모두 불 속에 던져버린다. 농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확인해 보고 이 자유가 진짜인지 확인한 다음 모두 모인 가운데 장원 농장동물 농장으로 바꾸고 일곱 개의 계명을 만들어 그들만의 왕국을 세운다.


일곱 계명


첫째,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

둘째,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모두 친구이다.

셋째,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넷째,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서는 안 된다.

다섯째,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여섯째,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일곱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이만하면 그동안 존스 씨 밑에서 고생했던 삶을 보상해 줄 만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지 않은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 스노볼은 동물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배우게 하려고 학급을 만드는 등 각 동물들에게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단체를 조직한다. 하지만 오합지졸 같이 살아왔던 동물들을 교육시키려는 계획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읽기와 쓰기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어느 정도 읽고 쓸 줄 알게 되었는데, 권력을 잡은 돼지들은 완벽하게 읽고 쓸 줄 알았고 나머지 동물들은 딱 관심이 가는 부분까지만 읽을 수 있는 정도다. 특히 머리가 나쁜 양, , 오리들이 일곱 번째 계명을 외우지 못하자, 스노볼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빠!”로 알기 쉽게 바꾸어 준다. 이에 두 다리인 새들이 반발을 하자,


동무들, 새의 날개로 말하자면,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진기관일 뿐 무엇을 조직하는 기관은 아니오. …… 그것은 다리로 보아야 한단 말이오. 인간의 특징은 인데, 이 손이야말로 온갖 못된 짓을 하는 도구란 말이요.”(P52~P53) 



 우둔한 백성을 등쳐먹기 위해 어르고 달래던 이야기 속 통치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감언이설에 넘어간 동물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이 말을 외치곤 하는데, 권력자들이 통치하기 쉽도록 언어를 오용하고 조작하는 구체적인 실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동물들은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스노볼은 풍차를 건설하면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겨울에 난방을 할 수 있으며 사료 절단기와 젖 짜는 기계를 움직일 수 있다며 꿈같은 계획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나폴레온은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량 증산이라며 반대를 한다. 이들은 평소에도 의견이 맞지 않아 대립하곤 했지만 스노볼은 풍차를 건설함으로써 달라질 수 있는 동물농장의 미래상을 심어주려고 열띤 웅변을 토하자 둘로 나뉘어 있던 지지자들은 스노볼에게 압도당하고 만다. 나폴레온은 이것을 보고 그냥 두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스노볼을 내쫓고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집회를 폐지하고 회의는 비공개로 열 것이며 결정된 사항은 나중에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스노볼의 추방한 것에 충격을 받은 동물들은 나폴레온의 이러한 선언이 이어지자 아연실색한다. 이것을 무마하려고 거드는 스퀼러의 말이 참으로 가관이다.


동무들!, …… 여기 있는 여러분은 하나같이 나폴레온 동무가 희생을 무릅쓰고 중책을 맡고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동무들, 남을 지도하는 위치에 선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즐겁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입니다. …… 그는 여러분 자신이 직접 모든 결정을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이 만약 풍차 운운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던 스노볼을, 알다시피 대역죄인임이 틀림없는 그 스노볼을 따르기로 결정했더라면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요?”(P83)


 이렇게 풍차 건설을 반대하고 스노볼을 추방했던 나폴레온은 풍차 건설 계획을 발표해서 또 한 번 동물들을 놀라게 한다. 여기엔 나폴레온은 한 번도 풍차 건설을 반대한 적이 없었으며 그가 만든 설계도를 스노볼이 훔쳐간 것이라는 그럴싸한 스퀼러의 변명이 따라 붙는다. 동물들을 감시하는 경찰격인 세 마리의 개들이 으르렁거리는 바람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조금만 열심히 일하면 돼라거나 나폴레온은 항상 옳아를 반복하며 무조건 복종하는 복서가 있었고, 동물들은 존스 밑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다며 위안을 삼는다.


 1년 동안 노예처럼 일하면서 풍차가 거의 완성되려는 시점에 산산조각이 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두 번째 짓는 과정에서는 음모와 살상, 배신으로 얼룩지며 일곱 개의 계명이 하나씩 사라진다. 우직하게 일만 하던 동물들은 조금씩 뭔가 이상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대항하지 못하고 동료들끼리 수군거릴 뿐이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던 그들의 꿈은 어떻게 되어가는 것일까. 그제야 깨닫는다. 비록 몸은 자유로워 졌으나 존스 씨 밑에서 살 때보다 더 굶주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 동물농장은 공화국으로 선포되었고 유일한 대통령 후보였던 나폴레온은 만장일치로 당선된다. 평생 복종 밖에 몰랐던 복서는 폐마 도살장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하고 권력을 손에 쥐게 된 나폴레온은 본성을 드러내며 권력을 휘두른다.


 어렸을 적부터 동물을 무척 사랑했다는 오웰은 사람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모습에서 인간 사회의 유산자가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것을 떠올리고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을 평생 간직하고 있었지만, 스페인 내란에 참여하여 스탈린이 이끄는 소비에트 연방 정부의 실상을 목격하고 서방 세계에 알리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등장인물을 동물로 설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우화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심을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한 후 동물농장을 이전의 장원농장으로 바꾸어 놓는다. 존스의 행동을 비판하며 평등을 부르짖으며 착취를 일삼더니 주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네 다리로 걷던 돼지들이 인간의 옷차림을 하고 두 다리로(뒷다리) 걷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은 타락한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라고 하겠다. 이 우화를 통해서 국민이 정치적 상황을 알려고 하지 않거나 무관심할 때, 권력자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위험한 사회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동물은 벤저민과 복서라고 할 수 있다. 복종으로 일관하며 어떤 횡포에도 비판하지 않고 침묵으로 동조함으로써 지배층이 힘을 키우도록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평생 사회주의를 신봉했던 입장이면서도 냉철하게 비판하고 고발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고, 오웰이 정말 공을 들여 썼다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한다. 결국 평등한 세상을 원하지만 그런 세상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어느 사회에나 갑과 을이 있으며 계급사회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게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하는 세상이다. 짧은 이야기에서 인간세상의 삶의 흐름을 다시 발견했다고나 할까. 정치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정치적인 인물이라는 오웰의 동물농장은 정치의 속성을 제대로 알려주는 작품이다. 관심을 갖고 참여하며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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